B. 음양 해설

天尊地卑 乾坤定矣

「 하늘은 존하고, 땅은 비(卑)하다. 이로써 건과 곤이 정하여졌다. 」

尊 : 높을, 공경할, 높일, 어근, 술그릇 존

卑 : 낮을, 천할, 나라이름, 아첨할 비

주역 계사전 첫문장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구구하게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럴듯한 단어들을 조합해 여러가지 의미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냥 보기에도 하늘은 귀한 것이고, 땅은 천한 것이라 해석된다. 건과 곤은 ≡과 를 말한다. 위의 글은 하늘은 높고 존귀하고, 땅은 낮고 비천하다는 사실에 의거, 건 ( ≡)  과 곤()의 두 괘가 정하여 진다는 것이다.

계사전은 공자가 지었다는 학설도 있지만 공자 이후의 사람들이 지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주역에 나오는 글들을 볼 때 공자 역시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였을 것 같다.

하늘은 尊하고, 땅은 卑하다는 생각이 기호화될 당시의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였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형제가 서로 죽이고, 서로 속이고 빼앗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윤리, 도덕, 인간성 등의 근원적인 기준이 부재한 시대였다. 하늘은 귀하고, 땅은 천하다는 것은 易의 대의이며 주역 전체를 통해 흐르게 되는 음과 양의 정의를 내려놓은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의는 애초의 역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공자 혹은 그의 제자들이 그렇게 정의하여 놓은 것이다. 그리하여 유학 나름대로의 세상에 대한 질서를 설정한 것이다.

건(≡)은 지극한 ㅡ(양)을 말하고, 곤()은 - - (음)이 지극하게 된 것을 말한다. ≡은 순수한 양, 는 순수한 음을 말하기도 한다. 공자나 그 제자들도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는 모르나 周易의 길흉판단에 기준이 되는 이 중요한 첫문장을 통해 양은 귀중한 것, 음은 비천한 것이라는 생각이 쉽게 이끌어내질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남자는 귀하고 여자는 천하다느니 ,왕은 하늘이고 귀하며 보통사람은 땅이고 천하다는 관념도 나올 수 있다.

유학은 天命사상으로 일관된다. 천명사상에 따르면 天이 命한 것이 인간의 性이고, 임금도 일반 백성도 하늘의 뜻에 의해 생긴 것이 된다. 이러한 점은 중국철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원리는 천(대자연)의 원리에 준거해서 나온 것이므로 그 준거인 천의 원리가 변하지 않는 한 삶의 길 또한 변해서는 안된다. 」

- 동중서 논쟁으로 보는 중국철학 中 -

천에 순응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순리라는 말이 되겠다.

주역의 풀이도 거의 이런 길을 따르고 있다.

주역은 천존지비 곧 건존곤비 곧 양존음비의 기준을 원칙으로 괘를 통해서 현재의 상태와 진행되어갈 것을 예시하여주고, 그것은 변할 수 없는 이치이니 사람이 자신의 행위의 조절을 통해 천리에 순응할 것을 말하고 있다. 양은 귀하고 음은 천하다는 것은 도가사상과는 배치된다. 때문에 도가적인 견해로 주역을 풀이하면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에 비해 한족(桓族)의 사상은 인내천(人乃天)으로 요약된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것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역시 이러한 人本주의 사상의 결과이다.

그러나 천명과 인본은 인간들이 자연과 인간사이의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설정에서 생긴 말들이다. 거창하게 천명이니 인본이니 구별지었지만, 대략적인 특색일 뿐이고 어느 국가나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영향을 끼치며 문화를 만들고 있다.

卑高以陳 貴賤位矣, 動靜有常 剛柔斷矣

方以類聚 物以군分, 吉凶生矣 在天成象 在地成形

變化見矣

天尊地卑 乾坤定矣에 이어지는 글이다. 이 글은 주역 길흉판단의 기준을 제시하여 주는 것이라 하였었다.

「 건(≡)과 곤()의 각 효가 합치며, 육효가 만들어진다. (육효 속의 음과 양은) 낮고 혹은 높게 늘어져 놓음으로써 귀하고 천함이 자리 매겨진다. 건과 곤은 때론 움직이고, 때론 고요함이 항시 있고, 강하고 부드러움으로 나누어진다. (나누어져 나온 동과 정, 강과 유에) 각기 갈 곳(方)을 주어 유형별로 흩뜨려 놓고는 잘 헤아려 무리를 만들어 구분 짓는다(음과 양을 특징, 종류, 속성 등을 따져 가려놓는다는 말). 이로써 길흉이 생기게 되고, 미루어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건과 곤은 하늘에 있어서는 상(象)을 이루고 땅에 있어서는 형(形)을 이룬다. 」

이상의 해석은 필자가 자의적으로 해본 것이다. 되도록 원문에 충실하려 했지만 한자라는 글이 워낙 다의적이고 주역에 대한 실력도 모자라 제대로 풀이가 되었는지는 자신이 없다.

주역의 육효는 아래서부터 하나씩 올라가며 효의 가치가 귀해진다. 그러나 맨 위의 효는 좋지 않은 효사가 많이 있다. 건은 움직이는 것, 강한 것으로, 곤은 고요한 것, 부드러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는 각기 그러한 것을 건과 곤에 분속시킬 수 있다. 건과 곤은 상(象)과 형(形)을 이룬다. 상(象)과 형(形)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고 본다.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하자. 그럴 때 그 사람은 형(形)이라 할 수 있고, 걷는 모습은 상(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 나무가 한 그루 있다. 그 나무는 땅위에서 양분을 끌어모아 형체(形)를 갖추게 되고 사시사철 때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象이다.

象은 감각되어오는 形의 모습이고 形은 우리눈앞에서 여러 가지로 변화하며 象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乾道成男 坤道成女

≡(지극한 양, 순수한 양)은 남성적인 특징을 이루고,
(지극한 음, 순수한 음)은 여성적인 특징을 이룬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남자와 여자의 관념에 의거,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특징에 의거, ㅡ 은 강한 것, 공격적인 것, 확대하는 것, 적극적인 것, 발산하는 것을 말하고, - - 은 부드러운 것, 수비적인 것, 축소하는 것, 소극적인 것, 수렴 혹 저장하는 것이라는 특징이 구별되어 진다.

乾知大始 坤作成物

「 건은 대시를 알리고, 곤은(건에 의해) 이루어진 物을 키운다. 」

소학에 ' 아버님이 날 生하시고, 어머님 날 키우시니 ' 하는 말이 있다. 언뜻 생각하면 ' 어머님 날 生하시고, 아버님 날 키우시니 ' 해야 옳은 말인 것 같다. 그러나 ' 옛글 ' 에서 말하는 바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과정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生은 낳는다는 뜻이 아니라, ' 생기게 한다 ' 는 뜻이고, 그 생기게 된 ' 나 ' 를 어머님이 뱃속에서 키운다는 것이 生과 育의 바른 뜻이 될 것이다.

위의 글은 건은 창조를 시작하게 하고, 곤은 그 창조된 것을 키워 완성시킨다는 말로까지 연역될 수 있는 것이다. 순수한 양은 창조를, 순수한 음은 그 창조의 성숙을 뜻하고 있다하겠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땅에 뿌리를 박고있어야 하기도 하고, 해가 비추고, 비도 내리고 하여야 할 것이다. 해가 비치고, 비도 내리고, 탄소 동화작용도 하는 것은 건의 작용이고, 그러한 작용을 받아들여 성장해나가는 것은 곤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 양기가 지나치면 가물고, 음기가 지나치면 물난리가 난다. 반드시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룬뒤에라야 비가 오고 햇볕나는 것이 때에 맞게 된다. 」

- 율곡 이이 천도책 中 -

위의 글은 음양과 氣의 개념이 결합된 글이다. 양은 마른 것, 건조한 것, 음은 습한 것, 촉촉한 특징을 갖고 있다 할 수 있다. 이른바 양에는 불의 속성이, 음에는 물의 속성이 있다. 그러나 하늘이라고 무조건 양(≡)은 아니다. 이러한 말들은 하나의 객관적이고 대략적인 큰 기준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 나누어선 위와 같지만 미시적으로 들어갈수록 음양은 다시 계속 나누어져 나간다. 때문에 인간의 주관이 개입될 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사람 수만큼의 가능논리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구조, 사회적·제도적 풍습, 개인적 경험, 지식 등에 따라 독단도 궤변도 힘에 의한 논리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음양의 논리는 근세 서구의 학자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한다. 라이프니쯔는 음양의 두 부호 - - , ㅡ 에서 오늘날 컴퓨터의 원리인 이진법을 영감 받았고, 헤겔은 정반합의 변증법을 생각해냈다. 헤겔의 변증법에 영향받아 마르크스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구상하게 되고, 특유의 유물사관을 펼치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역시 음양의 논리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다. 음양은 또 불확정적이기도 하다. 음양의 논리는 오늘날의 과학적인 사유 방식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易與天地準故能彌綸天地之道

역은 하늘과 땅의 여러 현상에 준(準)하여 만들어졌기에 천지의 도에 합치될 수 있다.

易이란 글자를 日과 月의 合자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日과 月은 양과 음을 대표하기도 한다. 역은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를 - - 과 ㅡ 의부호로써 나타낸 것으로써 그 결과가 현상과 일치하기에 능히 모든 자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一陰 一陽之謂道

「 한"음"과 한"양"을 일러 道라 한다. 」

필자는 계사전의 풀이에 있어 처음부터 음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계사전에서 음양이라는 단어는 이제 나오기 시작한다. 먼저 건곤에 대해 말하고 易과 道에 대해 말한 다음 이제 음양과 道에 대해 말하고 있다. 道란 길이다. 사람이 다니는 곳에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 길이다. 또 길이 생기면 사람들은 길을 통해 오고간다.

해석하기에 따라 이 부분은 한 번 음이 되고, 한 번 양이 되는 것을 도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되면 음양의 순환관계를 말하는 것이 된다. 음양이 서로 대립하고 조화하며 변화를 이뤄나가는 것을 말하는 글이 된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또 아침이 된다. 비가 오고, 해가 나고, 눈이 오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하루종일 활동을 했으면 휴식을 취하기도 해야한다. 이것을 일러 道라 한다는 것이다.

어쨌건 계사전 첫머리에 먼저 건과 곤을 정의해 원칙을 세운 다음 이제 음양에 대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