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精)

精 : 精 역시 매우 광범위하고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말하는 이 책에서의 精은 생명의 형체를 이루는데 그 바탕이 되는 액체성분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精의 바다 속에서 생명이 이루어지고 형체가 나타나며 氣도 작용하고 세포도 뼈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외 精은 생명의 창조와도 생식과도 관련이 있다.

신체의 성분중 고체성분을 뺀 액체성분은 진액이라 하며 신장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한의학에서는 보고 있다. 신장은 혈액 등을 통해 인체내의 모든 액체성분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있다. 한국사람들이 흔히 먹는 보약은 氣에 대한 것(비, 위) 아니면 精(신장)에 대한 것이 가장 많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인체 내에 精이 없다면 인체는 돌이 되거나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신체 각부위에 精이 부족하다면 신체는 마른 나무처럼 거칠고 비틀어지고 말라붙고 삐거덕거릴 것이다. 신, 기, 혈이 아무리 좋더라도 精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못하면 허구헌날 쑤시고 찌부뚱하고 바짝 마르거나 퉁퉁 붓거나 할 것이다.

神, 氣, 血, 精에 관해 일단은 어느 정도 그 단어가 가지는 개념들을 알아보았다.

이제 다시 원문을 생각해보자.

◎ 천시, 인륜

천시와 인륜, 세회와 지방은 마치 시이소의 양편이라 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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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시, 인륜, 세회 지방은 하나의 상(象)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 당신이 부딪치며 살아가는 현실이다. 따라서 "천시"란 단어이외에 천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모든 단어들은 ( → 표로 갈수록 ) 세회를 설명하기 위해서도 지방, 인륜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가령 필자가 세회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단어들이 →를 향하여 갈수록 증가한다.

이러한 단어들은 천시, 지방, 인륜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문제는 필자가 어떤 방법으로 엮어 내느냐이다. 이러한 기호들은 象을 향하여 갈수록 더욱 많아지고 복잡해지며 象에서 멀어져 원의 테두리 속으로 돌아올수록 뚜렷하고 명확해지지만 수많은 단어들 중의 구별되거나 상대적인 하나의 기호로써 남게되고 테두리에 닿았을 때는 아무것도 가리키거나 설명해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때문에 수많은 단어 속에서의 혼란도 단지 구별되는 하나로써 남으며 오해도 곡해도 독단과 편견도 생겨난다. 왜냐하면 우리는 象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독자는 천시란 무엇인가라는 독자의 설명에 정신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필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여 귀납적으로 천시에 대해 알고자 해야 할 것이다. 기호는 바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뒤에 천시에 대한 독자의 생각을 그대로 연역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자의 글을 읽은 뒤에 꼭 몇 번이고 이제마의 글을 읽어야 한다. 이런 점은 가이와 은는을 말하며 얼마간 설명이 되었었다.

"천시"란 무엇인가 생각하려 할 때 당신의 머리 속에는 무질서하게 흩어져있던 갖가지 기호와 관념, 이미지 등이 천시를 설명하기에 합당하다 생각되는 방향으로 정해진다. 영어로 하면 테마이고 일종의 화두이기도 하다. 화두를 향하여 머리 속이 정리될 때 이것이 "가이"이다. 그런 후 당신은 천시에 대해 천시란 ∼이다 고 말할 수 있다. - 물론 천시에 대해 어느 정도라도 알고 있을 때의 일이다. - 이것이 "은는"이다. 지방 인륜, 세회, 천시에 대해서는 많이 말하였다.

이번엔 예를 들어보겠다. 계백 장군은 나당군에 맞서기 위해 황산벌로 떠나기전 그의 가족을 모두 죽이고 떠났다. 백제의 멸망을 예측하고 자신의 가족이 노비나 포로로 잡혀가는 수모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천시를 예측하고 인륜에 망설이지 않은 즉 어떻게 가족을 살리거나 할 방도를 찾지 않은 경우라 할 수 있다. 1960, 70, 80년대 한국은 그야말로 경제성장에 모든 것을 집중한 시기였다. 때문에 80년대 이후 한국은 60년대에 비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당시나 지금이나 약자는 항상 약자이고, 가난한 자는 항상 있다. 60, 70년대 경제 성장 중에 조금이라도 반대하거나 정책에 어긋나면 탄압을 면하지 못하였다.

조금이라도 노동자를 위하여 일하면 반체제 더 나아가 빨갱이라고 매도 되기도 했고 "민주화"라는 말을 잘못 사용해도 또는 청와대의 뜻과 다르게 사용해도 탄압되었다. 반독재, 민주화 세력은 체제전복 세력이나 불순세력으로 지목 받고 엄한 탄압과 감시를 받았었다. 공해, 인권, 환경, 도덕 어느것 하나 "잘 살아보자"는 구호와 관념 앞에서는 안중에 없었었다.

경제성장 역시 가난을 벗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하자는 취지였지만 경제성장의 목표아래 많은 노동자들의 인생이, 꿈이 희생되어져야 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적인 사정을 전부다 고려하였다면 사람들 사이의 그 복잡하고 얽히고 설킨 관계들을 전부다 챙겨주어가며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바로 60~70년대 한국의 천시와 인륜의 관계이다. 60, 70, 8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 아버지가 바뀌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은 계속 태어나고 계속 인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고통을 준 것도 눈물을 흘리게 한 것도 인간에 의해서였다.

60, 70, 80년대를 통해 많은 가치관이 파괴되고 형성되었고 지금의 모든 사람들은 그러한 속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나라 어떤 시대 건 인간들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같은 상황이 없는 한 전쟁이 난다고 천재지변이 일어났다고 오늘부터 혼자 사는 것은 아니다. 인간들은 전쟁 속에서 폐허 속에서도 부유하게 되더라도 범죄자가 되더라도 어찌 되었건 인간과 관계하며 살아간다.

또 이런 짓도 생각할 수 있다. 아인시타인이 그 시대의 대다수 과학자들처럼 과연 Newton적 세계관을 받아들였다면 그의 상대성이론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맹자에 천시불여지리야(天時不如地理也)란 말이 있다. 천시보다 인륜을 중요시한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천시도 변화가 많지만 인륜 또한 변화가 많다. 인간은 선과 도덕과 이상 진리를 향해 나가기도 하지만 생존을 위해 명예를 위해 利를 위해 권력을 위해 性을 얻기 위해 살아가고도 있으며 인간의 마음은 시시로 변하는 상황 속에서는 카멜레온보다 더 자주 변화하고 그 모습을 위장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천시 역시 계속 변화하여 간다. 직선적 인식태도와 급한 성격, 목표를 향해 목표만 쳐다보는 태양인들은 대체로 후각적인 인식태도와 느긋한 성격, 주저하면서도 이것저것 생각하는 태음인들에 비해 복잡성의 문제를 생각함이 미치지 못한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겠다. 그러나 현상이나 사태에 대한 대처방법이나 틀리건 맞건 본질파악에 있어서는 인륜식으로 사고하는 것보다 앞서 있을 것이다. 태양인이 인륜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는 본질보다는 형식에 얽매일 우려가 클 것이다. 이점은 태음인이 천시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말은 일단 이렇게 하였지만 태음인이라고 직선적 인식태도가 없는 것도 태양인이라고 후각적 인식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태음인이 태양인보다 더 뛰어난 직선적 인식능력을 가지고 천시에 대해 더 잘 알고 神도 더 뛰어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개인적인 능력이다. 선천적인 능력도 후천적인 노력도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60, 70년대의 경제성장속에서도 여러 가지 인륜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혼자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의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용인술이 눈부시게(?) 발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어이없게도 자신이 가장 신임하던 사람중의 한 명에게 죽임을 당했다. 구조적으로는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보안사, 정보부 등의 역학관계를 미묘하게 이용하였으나 인륜적으로는 예전의 통찰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 여기 쓰이는 인륜은 유학에서 말하는 인륜의 개념이 절대 아니다. 이 책 전체에서의 인륜은 그물처럼 퍼져있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이다. ) 특히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정보부장간의 갈등을 중요시 않은 것은 큰 실수였을 것이다. 바로 인륜을 깊게 고려치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박대통령이 태양인이라는 말은 아니다. 박대통령은 소양인인 면도 많고 소음인으로도 생각되기도 한다. 그 만큼 여러 가지 능력이 많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태음인은 절대 아니다.

태음인의 넉넉함, 부드러움, 너그러움 (물론 다른 상인도 가질 수 있다.) 풍요함, 노회함, 끈질김, 의젓함, 신중함, 후덕함, 음흉함 등등에서 유추할 수 있는 좀 느리고 무게가 있고... 포근하다 할 수 있는 인상이 박대통령에게는 거의 없다. 그 대신 양인의 특징인 날카로움, 뚜렷함, 신축성, 임기응변의 재주, 목표를 향하여 단기간에 매진하는 것 등등이 그에겐 있다.

박대통령의 이러한 면은 육영수여사 생존시에는 육여사에 의해 보완되어졌었다. (육여사는 태음인이나 소음인으로 생각됨) 특히 육여사는 태음인으로 생각이 된다. 육여사 생존시에는 육여사가 인륜적인 면을 많이 보완해 주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인간관계에서 벌어질 작은 혹 그저 그런 혹 크나큰 갈등의 소지들을 박대통령에게 조언해주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천시에 집중하면 자연 인륜적인 면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이런 것은 인륜에 집중할수록 천시에 즉 세상의 흐름과 변화와 지향하여야 할 바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는 말도 된다. 박대통령이 태양인인지 소양인인지 혹 소음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천시에 억매일수록 인륜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박대통령의 최전성기는 육여사 서거이전 더 정확히는 유신이전 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때까진 인륜의 문제도 잘 해나갔었다. 그리고 육여사 서거이후는 주위에서 인륜에 대해 보좌해줄 조언해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성격에 맞는 사람들만 있었다.

그 이후는 그저 이전에 잘 되어나갔던 구조적 틀이 점차로 몰락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박대통령이 최규하 전 대통령을 가까이 두려한 이유도 본인이 알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최 전대통령에게 육영수여사적인 면이 있어서일 것이다.

춘추시대이래 당나라 건국이전까지의 사회와 역사를 다룬 중국의 여러 가지 책들을 보면 수시로 변화하는 천시 속에서 인간들이 엮어놓는 인륜의 모습 갖가지 인간관계속에서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 중국의 고전엔 인륜에 대한 글들이 많다.

유방과 진시황 : 유방은 태음인 진시황은 태양인으로 생각된다. 유방과 항우를 비교치 않은 것은 항우는 소양인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유방을 태양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으리라. 이런분들은 탁월한 능력만 보이면 태양인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유방이 태양인이 아니라 오히려 유방의 WIFE가 태양인이었을 가능성이 많다. 유방은 그 아들들의 기질을 보더라도 그러할 것같다. 아 참 태양인 여자는 불임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많다. 참고 기다리면 늦은 나이에 가질수 있을 것 같다.

유방은 매우 사람을 잘 모으고 부리고 다루고 썼다. 그는 한신보다도 항우보다도 장량보다도 개인적인 능력면에서는 뒤지지만 단하나 잘하는 것이 있었다. 항상 중심에 있었고 그에게 모여든 사람을 잘 썼다는 것이다. 그 능력으로 당대의 영웅이라 할 항우를 물리치고 중국천하를 통일하였다.

그럼 진시황은 어떠한가. 진시황이 사람을 잘 썼는가는 모르겠다. 진시황은 오히려 사람들이 두려워했고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있었다 하겠다. 그러나 진시황은 유방처럼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다루지 못했지만 스스로가 뛰어난 무장에 전략가였다. 개인적인 능력이 비범함이 돋보인 사람이다. 양인들은 많은 경우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거처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이라면 자신의 집안이 왕이라면 왕실내부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불사약을 먹어가면서까지 천년의 왕국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토록 용맹스럽고 주변사람들을 벌벌 떨게 했지만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아랫사람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무능하였었다. 그것이 그가 죽자마자 진나라가 몰락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