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인은 영(靈)은 많으나 백(魄)은 부족하고 여(慮)는 강하나 지(志)는 약하다.」

영험하다느니, 신령스럽다느니 하는 말에서 靈의 뜻을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어떤 무당이 굿이나 푸닥거리등을 통해 한집안 혹 나라의 근심이나 재난을 잘 해소시키거나 제거 시켰을때, 또는 어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신기하도록 잘 알아 맞추고 병을 고칠때, 어떤 점술인이 그 찾아간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정말 잘 알아맞추고 예측할때 보통 그 사람 참 영험하다 할 것이다. (또는 신령스럽다고도 할것이다.)

"령"자는 풍수지리나 불교 에서도 많이 쓰인다.

땅에 영험한 기운이 서려있다든지 그 사람의 주변에 영험한 신이 있다든지 전생에 음덕을 많이 쌓으면 그 전생의 령이 좋아지고 현세에도 그 영의 기운을 받아 태어난다는 것은 동양학에선 흔히 쓰이는 말이다.

소양인이 재간이 많은 것은, 가만있지 못하는 것은 마무리가 안좋은 것은, 때로 지나친 자신감이 튀어나오는 것은 영은 많으나, 백은 약하고 려는 강하나 지는 약해서 일것이다.

지나친 자신감은 지(志)가 약함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는 평소 미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선 상당히 미각적이다. 이때 이른바 도량이 좋아진다. 이 도량이 좋은 것이 때에 따라서가 아니라 매우 자주 나와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장점이나 강한 것, 우수한것, 능한것 등에는 그런대로 자신감도 있고 그렇기에 완급의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떨어지거나 모자라는 것에서는 과도한 생각이나 행위가 있을 수 있다. 그러기에 주의하라고도 하였을 것이다.

거북이 두 마리가 길을 가다 부딪쳤다 한다. 토끼가 그 이유를 묻자 거북왈 눈깜짝 할새 일어난 일이라 잘 모르겠더라나 토끼는 느려터진 거북의 행위를 이해 못하겠지만 거북이에게는 실제 눈 깜짝할 순간에 일어난 일일 것이다.

대체로 소양인들은 무엇인가 하다 막히면 자신의 의도대로 끈덕지게 찾거나 풀어내려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도를 강구하거나 그만두는 사람들이다. 무엇인가 하다 막히면 다른 방도를 찾으려 하거나 여러가지 다른 방법론들이 빨리 떠올라서 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타상인들이라고 이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양인이 생각도 행동도 좀 빠른 편일 것이다. 소양인들이 끈덕진 면을 보여줄 경우도 있다. 대체로 자신의 성격의 조절이 어느정도 가능한 사람이거나 피해의식을 갖고 있거나 과도하게 보완하고 있거나 하는 경우일 것이다. 하여간 이럴땐 매우 자신의 생각에 완고하다. (문화론 편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이런면은 문화로도 나타난다.)

대체로 소양인들은 신축성이 있고 원칙이나 원리등의 공식적, 규칙적인 관념에 억매임이 적으며 행동이 빠르다. 소양인의 관념의 방향은 거의 내일에 맞춰져있으며 부모나 자식에 대한 사랑을 하여도 치사랑보다는 내리 사랑이다.

또한 대체적인 소양인들은 호전적이고 우선 대결을 하려하며 뒷마무리가 안좋고 잘가꾸고 정리할 줄을 모른다. 발명을 예로 들면 발명하고 자꾸 새로운 길을 찾을 줄만 알지 발명한 것을 잘 가꾸고 다듬고 보완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점은 소양형 문화에서도 나타난다.

소양인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과시를 좋아하며 즉흥적인 면이 많고 직감이 좋고 임기응변이 좋다 했는데 그렇기에 앞뒤가 꽉막혀 있거나 갈길을 못찾고 주저하는 경우는 대체로 적은대신 원칙적이지 못하고 임시방편이었던 계획이 수백년을 이어지기도 하고 너무 설쳐대 혼란스럽고 따따부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또한 강하게 태음의 요소가 끼어들면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원칙적이거나 무사안일이거나 발이 느리고, 강하게 소음의 요소중 부정적인 면이 끼어들면 지나치게 따지고 들거나 수세적이고 겁을 집어 먹기도 하고 물러서려고만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부정적인 결과만 적은 것이고 긍정적인면도 이만큼은 많이 있다.

소양인의 백(魄)이 약한것은 영이 강한것이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과 착상이 자꾸 떠오르니 백(魄)이 약해질 수 밖에 없고 백(魄)이 약하다 보니 자꾸 이런저런 생각이나 착상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 백(魄)의 부족 지(志)의 부족은 소양인 들로 하여금 초라한 것 작은것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게 하고 외부상황에 자꾸 신념이 약화되어 동요되며 항상 외부에 시선이 있는 까닭에 자기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나 반사적으로 지나친 자신감을 갖게 할 것이다. 이것이 과(풍칠 과)로도 나타나는 것이다.

慮는 강하나 志는 약한 까닭에 자기 주제파악도 못하면서 남의 일부터 걱정하고 집안은 말이 아닌데도 집밖에 나가 남의 일에 돌아다니기도 할것이다.영과 려가 좋아 어려운 일도 곧잘 쉽게 해치우고 그렇기에 재간도 있지만 좀 안된다 싶으면 쉽게 그만두고 (타상인에 비해서) 항상 만족치 못하고 불평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한 번 의심이라도 하게되면 끝없이 의심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할 것이다.

바둑을 보면 쉽게 사상인이 구별되는 인물이 있다.

유창혁이라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 불리우는 바둑기사가 있다.

유기사는 양인이고 소양인일 것으로 생각이 된다. 유창혁은 전투에 능하고 기발한 묘수로써 국면을 전환 시키는 것도 능하며 좌변에서 치고 우변에서 일을 벌리며 상변에서 놀다가(?) 하변을 공격하는 식의 성동격서에 능하고 신축성이 좋아 상대의 전후좌우를 공격 흔들어 놓고는 한다 이런것은 태양인도 능하다. 그러나 태양인은 피하진 않지만 각개 전투식의 치열한 전투를 즐기지 않는 편이며 상당히 전략적이다. 곧 임기응변적인 면보다는 전체적인 구도속에서 두어나간다고 생각하면 될것이다. 유창혁을 소양인이라고 보는 것은 지구력과 끈기의 부족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대단한 끈기를 보여줄 수 있겠지만 끈기보다는 오기일 경우가 많다.

끈기, 지구력, 뒷심, 마무리의 부족 소양인의 단점이다. 애기가 강하고 操와 志가 특히 志가 약해서 이다. 끝까지 갈무리 하는 마음이 부족해서이다. 본인 스스로도 이점을 의식하여 단전호흡을 통해 스스로의 단점을 개선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음식도 양인의 섭생을 하고 "낙"이나 "희"의 감정을 좀더 가지려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금새 자극받거나 꿈틀대거나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말고 끈기있게 상대의 반응을 떠 보며 몇 수 더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체력과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마음의 자세 역시 그 못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승패에 연연치 말라고는 필자가 어찌 말하고, 승패에 연연치 않는 사람이 어디있을까마는 되도록 자극적인 감정을 자제해야 할것이다.

음악에 취미가 있다면 빠르고 리드미컬하거나 멜로디 위주의 구슬픈 음악보다는 무드가 있고 끈적거리고 달래는 느낌의 느린 음악을 많이 듣는 것도 좋을 것이고 책을 읽을때도 단번에 읽을 수 있는 책보다는 느긋하게 읽어야할 책을 읽거나 주관적인면이 강하지만 어쨋든 자기 생각을 간결하고도 조목조목 써놓은 종류의 책을 읽는 것도 보탬이 될것이다. 단 이경우는 너무 심하면 안될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박한 심정을 갖지 않고 느긋한 마음과 작은일에서도 기쁨을 가지는 자세라 하겠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바둑기사 세계최강 이창호가 있다.

이창호는 음인이고 태음인으로 보인다. 때론 태양인 같기도하고 체구로보면 소음인 같기도 하다. 그러나 소음인 같은 깔끔함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태양인 이라면 그야말로 음양의 특징이 무섭게 조화되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바둑의 스타일은 태음적이다.

많은면에서 이창호는 유창혁과 상대적이다 유창혁같은 번뜩이는 재치나 예리한 면은 없지만 이창호는 가장 잘 둔다. 바둑 7,8급 수준인 필자가 어지 감히 이들의 바둑을 논하랴마는 이창호의 바둑이야말로 우주류라 생각된다.

다께미야의 바둑이 햇볕이 비추이는 곳만의 우주류라면 (즉 과시형의) 이창호는 그야말로 깊고 광막한 우주의 법칙 그대로 이라고 생각된다. 또는 자연류라 하고도 싶다. 또한 易이라고 하고도 싶다. 가당찮지만 이창호의 기보를 놓고 몇시간이고 머리를 쥐어짯던적이 몇번있다. 그때 느꼈던 것은 아주 아주 어린 아이의 마음이 이창호에게 있다는 것이다. 물이 흐르듯 아무생각이나 번민이 없이 ,자연스레 그저 두어야 할곳에 흐름에 따라 거의 정확히 두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이창호는 절대 서둘지 않는다. 끈기를 가지고 뚜벅뚜벅 제 갈길을 가는 스타일이다. 이창호의 속은 헤아리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 속을 누가 제대로 알 수 있나? 이런 말들은 한귀로 듣고 흘려버려야 될 말이다.

이창호는 끝내기 또한 제일이다. 소음인 마음의 장점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긴 마무리의 정리, 정돈, 가꾸고 다듬기 등을 제외하면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흐트러 뜨리지 않는 것은 태음인의 특성이기도 하고 두텁게 두어나가는 것도 태음인의 특징일 것이다. 그럼 이창호는 단점이 없을까?

이창호가 가끔 국제기전에서 부딪쳐 처음에는 몇번 졌던 사람이 있다. 요다와 마효춘이다. 마효춘은 소양인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태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힘과 끈기가 있다. 그러나 소양인의 성질은 끝내 어쩔수 없어서인지 성급히 바둑을 끝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요다는 태양인 같다. 소양인 일수도 있을 것이다. 한때, 조훈현과 바둑을 둘 때, 귀를 막고 둔 적이 있다. 조훈현이 횡설수설하며 마음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음인이라면 잘 흔들리지 않는다. 어쨋건이다. 요다도 마효춘도 음인일 수 있다. 언젠가 이창호도 단단한 적을 만날것이다. 그때가면 문제점도 나타나고 스스로의 단점도 보완하여야 할것이다.


신 이 내 게 묻 는 다 면

천 양 희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

풀이 돋는다

신이 내게 묻는다면

오늘, 내가 무슨 말을 하리

저 미물보다

더 무엇이라고 말을 하리

다만 부끄러워

때때로 울었노라

대답할 수 있을 뿐

이런 종류의 시를 영(靈)이 서려있는 시라 하고 싶다.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같은 시도 이와같은 종류의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