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호와 사회

·기호와 사회

사회속에서 인간들은 기호를 이용하여 서로간에 의사를 소통하고 사회를 구분 짓는다. 그리고 인간들끼리 만들어놓은 기호들 속에서 살아간다.

정부기구를 예로들면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있고 각 기호들은 고유의 기능과 역할이 있다. 이는 상위기호 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상위에 있는 기호들 아래에는 다시 여러개의 소속기관들이 기호로써 이름지어져 있으며, 다시 그 아래에는 그보다 휠씬 많은 수의 기구들이 기호로써 이름지어진체 세분화 되어져 있다. 피라미드를 연상하면 된다. 여기서 각 기호들은 말 그대로 기호일 뿐이다.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그냥두면 고립되어진체 있는 기호일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각 기호들의 작용은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정부기구뿐 아니라 거대한 재벌회사에서 중소기업과 소규모의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그외 학교, 종교계, 연구소 등 사회속의 모든 것은 기호로써 이름지어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기호로써 구분지어 놓았다고 해서 그 기호들이 저절로 관계를 맺으며 이루어져 나가는 것은 아니다. 기호는 기호일 뿐이기 때문이다.

각 부분에서의 기호들이 생명체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 기호속의 사람들이 활동하여야 한다. 그러나 기호속의 사람들 역시 고립된 개인이다. 인간이 기호속에 종속되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기호들은 이렇게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만들어지며, 만들어질 것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속에 인간들을 종속시킬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 " 기호와 사회 " 는 기호(말, 글, 글자로써 이름된 모든 것)를 가지고 사회를 분석하는 것이다.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는 모두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기능을 하며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이름들은 글자로써 되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론을 써도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인간이 활동하지 않으면 전원이 꺼진 슈퍼 컴퓨터와 같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호로써 이름지어져 있는 사회속의 모든 것이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작용을 하고 있는 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가뜩이나 상품취급되는 인간을 이번엔 단지 " 기호 " 로써 잘못다룰 위험성이 있다. 이는 정말 위험성이 있는 행위이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지 않더라도 그러하다. 이 글 이외의 자세한 것은 이책에 이어나온 2권 문화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기호의 분열과 발전

기호는 분열하며 발전한다.

" 氣 " 라는 단어를 예로들자. 애초에 " 氣 " 라는 단어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 수증기 " 나 " 김 " 의 모습에서 그 관념이 생겨났고, 氣라는 글자가 만들어지고 개념화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氣처럼 氣라는 단어는 발전적으로 해석되어지고 여러분야로 확산되었다. 기호는 분열되기도 하고 발전적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과정에서 " 氣 " 라는 단어는 더욱 거대한 이론으로 될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또 다른 단어들과 결합되어지기도 하며 또 결합된 각 기호들은 자체적으로 분열하여 나가면서 " 氣 " 라는 단어는 한 국가를 넘어 여러나라에서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기호와 확산과 결합

" 애인 " 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유행한 것이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착용했던 목걸이가 여자들 사이에서 모방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다른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착용했던 장식물까지 확산되며 배우들의 이름을 딴 각종 귀걸이, 목걸이, 머리삔, 팔지 등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기호역시 그러하다. (기호의 모방이 아니라, 확산에 주목하기 바란다.) " 포스트 모던 " 이라는 새로운 기호가 나타나고, 여러사람들 입에 회자되며 얼마후엔 " 포스트 모던 " 이라는 기호는 문화계 뿐 아니라 " 정치 ", " 경제 " 등의 각 분야에서까지 쓰이게 되었다. 성(性), 정(情), 기(氣)등의 용어들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그 기호를 이사람 저사람들이 이미 존재해 있던 각 기호들과 결합시키며 사회 전분야로 확산되었을 것이다. 보편적으로 쓰여질 수 있는 기호는 이처럼 확산되고 기존의 기호들과 결합한다.

·기호와 세계

일단 이해된 기호는 자주 사용되어지게 될수록 당연한 것으로 된다. 스스로에게는 " 숨 " 처럼 자연스럽게 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된 기호는 " 풍토 " 화 된다. 20세기 초에 상대성 이론이 나왔을 때는 그것은 새로운 이론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뒤에 태어나 살고있는 지금의 사람들에겐 처음부터 있던 것이 된다. 그리하여 옛날에는 새로웠던 생각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했던 생각으로 되어 나중의 사람들은 그러한 생각을 자연스레 이용하게 된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던것처럼 아니 그것은 실제 처음부터 있던 것이다. 그런데 세계에는 아직도 그러한 이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래서 앞으로 그러한 기호를 알게될지도 모를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면 기존의 그렇다고 알고있는 기호와 체계는 새로운 기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것이다.

·기호와 말나눔

인간들은 기호를 이용 서로간의 의사를 교환하고 소통을 한다. 모든 사람은 그 생김새가 다르듯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개인적 사회적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저마다 다른 생각의 차이는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 기호의 초점 '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리고 초점화된 기호는 기존의 기호들과 결합하며 완전히 상대적인 차이가 될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경우엔 두말할것도 없다. 이러한 초점들은 그에 따르는 ' 창 '을 만들고 ' 한길 '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사람마다의 생각의 ' 다름 ' 과 ' 차이 ' 는 기호를 나눔을 통해 조율되어야 할 것이다. 대화, 토론, 의사소통, 모두 그말이 그말이다. 말과 글을 서로 나누는 것이다. " 말나눔 "을 통한 조율이 형성되지 않을 때 폭력같은 물리적인 힘이 개입할 것이다.

·기호와 상자

초(楚)나라 사람이 자기가 가지고 있던 구슬을 팔러 정(鄭)나라에 갔다. 그는 아름답게 장식한 향기로운 상자에 갖가지 주옥과 비취 등을 담아 갖고 갔다. 그런데 정작 정나라 사람은 상자만 사더라는 이야기가 한비자에 나온다. 아무리 훌륭하고 고상한 관념을 가지고 있어도 기술적 조합에 미숙하면 기술적으로 교묘하게 포장된 기호보다 쉽게 인식될 수 없다. 강한 또는 특징있는 인상을 사람들에게줄 수 없을 것이다. 기호는 조작을 통해 논리화되거나 아름답게 포장되기도 하고 왜곡되고 흐트러지기도 한다. 진리도, 진실도, 정론도, 궤변도, 오류도, 거짓도 포장되어 나오게 된다. 산길의 돌멩이들처럼 여기저기 고개를 처박고 있는 기호들을 포장하여 생명력을 만들어 주는 것도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인간이다.

예로든 구슬과 상자의 예처럼 사람들은 우선 포장된 상자를 본다. 그리고 상자를 이용한다. 그리하여 상자라는 형식에 구슬이라는 본질이 가려질 수 있다. 가령 우리는 물건을 고를때 디자인을 중요시 한다. 때에 따라선 물건의 품질보다 디자인을 우선시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번엔 디자인이 본질이 된다. 물건의 품질이 대동소이 할 땐 디자인은 더욱 중요시 된다. 자동차라는 것이 이미 신분의 과시로 상징화된지 오래이다. 인간의 속성이 구슬은 안보고 상자를 보는 것이다. 이것도 기호를 대하는 인간의 특성이다. 그러나 구슬도 좀 보면 어떨까 한다.

·기호와 힘

기호는 여러가지 기호가 서로 함께 쓰임으로써 의미를 이룬다. 그러나 나열된 기호들은 그야말로 나열되었을 뿐이다. " 아는것이 힘이다 " 를 기호로써 받아들이고 넘어가면 이러한 명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한 것이 아니다. " 아는것이 힘이다 " 가 말 그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기호는 집단을 이루어 보다 큰 의미를 만들지만 이러한 기호들의 덩어리를 어떻게 해석하고 운용하느냐는 사람에게 있다. 이러한 기호는 인간의 머리속에 그리고 온세상에 흩어져 있다. 인간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기호로써 변별하여 놓으려하고 있고, 그리하여 왔고, 새로 만들어가고 있다.

생각속에 흩어진, 세계속에 흩어진 이 기호들이 작용을 일으키게 하는것은 무엇일까? 또한 생각속에 흩어진 세계속에 흩어져 있는 이 목석같은 기호들은 어떻게 서로간에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생명체처럼 힘을 갖게 될까?

사람에게 있어선 목적, 의지, 욕망, 감정, 이해관계, 이상, 꿈 등일 것이다. 이런 것은 추상적이다. 이에 대해선 본문의 내용이 바로 그런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세계는 무엇일까?

한 나라를 예로들어 보자. (자세한 내용은 2권 문화편에서 쓸 예정이다.) 한 나라에는 여러가지 기호들이 그 속에 있다. 이는 시스템(System)이기도하지만 필자는 통칭하여 " 구조(Structure) " 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구조는 행정구역, 정부, 국회, 은행, 군대, 학교, 기업, 노조, 언론기관, 행정기관 . . . . 등의 기호로써 이름지어진 수많은 기구들이 있다. 이렇게 각 부문에 흩어져있는 각종 기구들은 변별하여 놓은 바에 따라 고유의 의미가 있고, 일들이 있고, 서로 그물처럼 연계를 맺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떤 한 기업가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겼다 하자. 이 사람은 하나의 거대한 구조속에 별개로 흩어져 있는 기호(=각종기관들)들속에서 그가 필요로 하는 기호(=해당기관)들속을 오가야 할 것이다. 그는 기호들속을 움직이는 것이다. (편의상 기호로써 문고리를 잡은 것이다.) 이 때 그가 갖고 다니는 것 역시 " 기호들의 덩어리 " 이다. 그는 그가 작성한 기호들을 갖고 기호로써 이름지어져있는 각종 기관들속을 오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기호들속에서 인간들을 만난다. 이번엔 그가 가지고 다니는 " 기호(사업계획서) " 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 여러기호(각종 기관들 속의 여러기구들)들이 움직여야 한다. 그가 만나는 기호들속의 몇몇 이외에도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기호들, 즉 보다 하위의, 상위의 혹 수평간으로 연관된 부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도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각종 기관, 기구들로써 이름된 기호들이 그곳의 사람들에 의해 맡은바 역할이 다해질때 " 기호들의 덩어리 " 는 그가 작성한 " 사업계획서 " 라는 기호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관을 맺으며 기능한다. 이것이 현실에서 기호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기호들의 덩어리(각종기관, 기구속에 흩어진 기호들)가 사업계획서라는 기호에 맞춰 자동차가 움직일때 처럼 힘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그럼 각 기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기호속의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엔 수많은 것이 있다. 목적이나 이상 그 기관의 원칙, 널리 인정되는 지식, 관행, 통념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것들은 소위 선진국에서이고 한국에서는 권력이나 돈, 인간관계, 이해관계, 지연, 혈연, 학연 등도 그러한 힘이 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