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와 통념

통념이란 어떤 사회에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널리 통용되고 사용되는 기호들에 의해 형성되는 관념이다.

인간의 관념이 서로 조합을 시키지 않는다면 기호는 고립되어진채 단지 하나의 의미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인간은 섞여져 있는 이러한 기호들을 이리저리 섞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낸다. 이러한 기호들의 조합중에는 그 사회에서 인정되는 것도 거부되는 것도 있다. 사회적으로는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사회적 관념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제 이 사회적 관념을 통념이라 하겠다. 통념이란 그 사회에 널리 통용되는 지식이나 사고방식, 관습, 관행 등이라 할 수 있다.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는 양자간에 서로가 인정을 하고 들어가는 생각이 통념인 것이다. 법, 제도, 규칙들 역시 하나의 기호일 뿐이고 통념에 강하게 영향받는다. 통념은 기호를 움직거리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념은 사람마다 다를수 있지만 통념은 이들의 일부 또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된 것이다. 이러한 통념은 지엽적인 것도 있고 국가적인 것도 "과학적"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처럼 세계적으로 공통된 것도 있다.

기호들은 인간의 관념에 의해 이리저리 조합될 수 있고 이때 조합되어 나온 ' 기호들의 묶음 ' 은 그저 기호들일 뿐이다. 힘이 없는 것이다. 무거운 물건을 다른 자리로 옮길때 우리는 힘을 주어 그것을 옮기면 된다. 그러나 기호들은 그렇지 못하다. 기호들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사람들이 활동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 역시 고립된 타인들일 뿐이다. 이 고립된 타인들을 엮어주는 것에는 그 사회의 혹 국가의 지배적인 관념 곧 통념이 있다. 사회속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사고 방식도 이에 속한다. 이 통념에는 거대한 것도 작은 것도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인간들 상호간을 소통시켜준다. 의무, 규칙의 준수, 합리적 과학적 사고 방식, 유교적 "효"에 대한 관념, 민주주의적 사고행위 등도 이에 속한다.

물론 모든 인간의 관념이 통념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고 각 개인의 통념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각 개인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다수가 따르는 통념은 한 인간이 관념을 형성하고 행위함에 있어 그리하는 것을 허용하고 때로는 힘이 되고 기준이 되고 길이 되어 주는 것이다. 통념에는 부정적인 것도 많다. 가령 한국에는 ' 선후배 ' 라는 것이 있다. 선배와 후배는 별개의 기호일 뿐이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지만 한국에는 이 선배와 후배간의 별개의 기호를 관련시키는 통념이 있다. 이와 비슷한 상명하복, 고참쫄병, 사제관계 등의 단어들도 사회적 통념 속에서 인간에게 기호에 대한, 인간관계에 대한, 사회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여 준다.

군대라 하면 붙어다니는 기호가 있다. ' 구타 ' 이다. 이러한 기호들은 우리 스스로도 엽전이니 조선 놈은 때려야 된다느니 하는 묘한 통념을 만들며 자조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있다. 그런데 구타는 선후배간에도 있다. (고교시절을 생각해 보라) 선배가 후배에게 가하는 강제적 명령이나 구타를 행할 수 있는 그리고 후배는 선배에게 항명조차 못하고 권위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까닭은 통념에 있다. 대다수가 복종을 하고 때론 편리하게 써먹고있는 무언의 큰힘이 되어주는 배경 그것은 질서이기도 하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한 대학에도 ' 선후배 ' 간의 위계질서는 분명하여야 한다. 민주화를 부르짖는 학생운동조직에도 이러한 통념은 허용된다.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사회적으로는 정부조직, 검찰, 법원, 대기업에도 선후배간의 통념은 존재한다. 물론 사회 속에서는 조금 구분이 느슨해진다. 그러나 선후배간의 통념과 비슷한 위에서 시키면 해야한다는 식의 상명하복의 통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배는 선배대로 옛날부터 그리하여 왔고, 후배는 후배 나름대로 그 생활에 익숙하고 그들도 앞으로 선배가 될것이기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서로가 인정한다. 통념은 기호처럼 고립된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물레방아처럼 돌고 돌아가게 하는 기술의 배경을 이루어주고 있다. 군대에서의 '기압'이나 ' 구타 ' 역시 인간들이 서로 소통하는데 있어 사용되는 기술이다. 구타는 강제적으로 인간들을 소통시키는 것이다. ' 구타 ' 라면 군대 조직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구타는 때리는 사람은 당연히 때리는 것으로 알고, 맞는 사람은 저항할 수 없이 아니 저항하고 싶더라도 아무도 저항을 안하는 것 같기에 때론 저항할 의지를 잃고, 그러다 맞는 것을 당연하게 또한 때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군대에서의 통념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책임, 규칙, 의무, 사회에서의 이상적인 가치관 등을 반드시 지키거나 가져햐 한다는 통념이 형성되어있는 사회에서는 고립된 기호들과 사람들을 원활하게 돌아가는 힘이 거기서 나올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 인간의 감정이란 선한 행위를 하여야 한다. 원수를 사랑하라, 자비를 베풀면 공덕이 돌아온다, 죄를 범하면 벌을 받는다 등의 종교적인 관념도 일부 또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통념이 될 수 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과학적인 사고방식이나 논리로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있다.

왜 이러한 논리를 구사하여야 하냐하면 그 사회에 그러한 통념이 있어서이다. 통념에는 이런것도 있다. ' 권력은 총에서 나온다 ' 라는 생각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지배적인 관념이 되어있는 사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통념인 권력은 총에서 나온다는 생각은 이나라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을 것이다.

"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 " 라는 생각이 통념이 되어있는 사회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사회에선 "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 " 는 통념이 기호속에 고립된 인간들을 움직이게 만들 것이다. 통념은 이처럼 인간의 사고행위를 이루어주고 서로 소통을 하는 사람들간에 서로 그 소통이 이루어지게끔 하는데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 통념을 가고 있을까.

·기호와 기술

어느 사회든간에 그 사회는 흩어져있는 기호들속의 인간들사이를 소통시키고 그 사회의 혹은 그 회사, 단체 등의 구조를 유지시키는 관념과 기술적인 방법이 있다.

이 관념과 기술적인 방법이 규정에의 준수와 규칙내에서의 적절한 임기응변, 의무와 책임 등에서 나온다면 더 바랄나위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있다.

우리나라의 고질병 중의 하나인 권력과 유착된 뇌물도 고립된 기호들 - 주로 정부, 기업, 은행, 공무원, 정치인 등 -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적인 방법이다.

여기저기 산재해있는 기호들속의 사람들을 소통시켜 한 사회가 생명체처럼 힘을 내기위해 지연, 혈연, 학연을 이용하거나 뇌물, 급행료, 촌지, 떡값, 권력을 이용한 외압 등의 방법론이 허용되고 인정되는 것은 그러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관행화되어있고 그리하여도 된다는, 그리하여야 한다는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념이 형성된 사회에서는 다른 적절한 합리적인 방법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할 것이다. 설사 그러한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결정적인 상황이 되면 복지부동 하거나 두손놓고 권력의 지시를 기다리거나 뇌물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기술적으로 얼마나 기호를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호는 삐꺼덕 거리기도, 때론 윤활유가 잘 뿌려진 톱니바퀴처럼 매끄럽게 사용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기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권력이나 돈 등에서 나온다면 그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번 유학이라는 학문, 사상이 만들어낸 인간의 관념들이 조선시대에는 조선의 문화 속에 섞여 어떠한 현실을 만들어 냈는지 보자.

「 그 마음은 진실로 다르면서 입에 올릴 때는 모두 섞임없는 한 빛이었다. 매양 공석좌석에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이야기가 조정일에 이르면 서로 무엇인가 나타내고자 아니하고 대답하기가 곤란하면 문득 우스개 소리로 우물쭈물하며 깔아뭉갠다. 이런 까닭에 의관을 갖춘 자가 모인 자리에는 오직 당(당)에 가득한 웃음소리만 들릴 뿐이고, 정사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이익만 도모하며 실상 나랏일을 걱정하는 사람은 적다. 관직을 가볍게 여기고 관청을 주막같이 생각한다.

재상은 중용을 지킴으로써 어질다하고 - 재상은 정책의 결정에 가타부타하는 소신과 결단력이 있어야 할 것임 - 삼사(三司)는 말을 아니하는 것으로 고상하다 하며 - 삼사는 임금에게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알려야 한다 - 외관은 청렴하고 검소한 것을 못난이라 하며 종말에는 점점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

- 이중환 택리지 中 -

왜 조선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이것이 수백년 전의 골동품같은 현상일까? 현시대는 어떠한가? 지금의 정치하는 사람들을 보아도 가끔이겠지만 술집에 모여 회합을 갖고 있다. 술을 먹으면서 국민들의 민생문제를 토론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술자리에선 흥에 겨워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기도 쉽지 않을까 한다. 유학이 들어오기 이전에도 이러한 위선적인 덕담(德談)의 문화가 우리에게 있었을까? 이러한 덕담의 문화는 인간과 인간간에, 기호와 기호간에 합리적인 소통의 단절을 낳고 소통을 위한 합리적인 기술의 단절은 지연이나 혈연, 학연, 뇌물이나 권력의 이용같은 비정상적인 방법론을 만들어낼 것이다. 왜 이러 하였을까? 아마 우리만족의 특성에 맞지않는 중국적인 문화를 강제로 주입하려 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런 일도 있을수 있다.

군대에서 무조건 구타를 근절하라고해서 구타는 없어지지 않는다. 구타나 고참쫄병이 일으키는 통념은 군대를 돌아가게 하는 현재 한국식의 기술적인 방법이다, 대안은 없이 무조건 없애라고 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아무리 ' 뇌물 '을 권력과 말로 떠들어 없애려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 현재는 뇌물이 각종 역학관계속에 고립된 기호들을 움직이는 힘들중 하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뇌물, 선후배, 지연, 혈연, 학연 등이 형성해놓은 통념과 기술적인 방법론들을 바꾸기는 매우 힘들다. 그것은 이미 몸에 배인 습관이 되어있고 관행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게는 문화가 되어있고 이제는 그렇게 생활하여 나가는 것이 가장 편하게 풍토화되었기 때문이다. 없애려해도 다른 적절한 기술적인 방법이 없는한 없어질수가 없다. 한 두사람은 설사 그럴수 있다해도 수십만 수백만이 한꺼번에 변화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이승만 전대통령은 측근을 잘못다루어 오욕의 말년과 평가를 받아야 했고, 박정희 전대통령 역시 측근을 잘못다루어 결국 신임하던 부하에게 살해당했다. 전두환 전대통령도 동생 때문에 곤욕을 치루었고, 노태우 전대통령도 사돈과 소위 황태자 문제로 그리고 퇴임후에는 측근때문에 곤욕을 치루었다. 또한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 때문에 골치를 썩였다.

이는 우리사회가 우리나라 특유의 통념이 형성한 구조속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기호들과 사람들을 움직이는(= 즉 힘을내게하는) 기술적인 방법이 지연, 혈연, 학연, 권력, 뇌물, 이해관계로 묶인 편짓기, 줄서기, 담합 등에서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사회전체가 이러한 기술적인 방법에 의해 굴러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나라 어느사회건 이러한 면은 있다. 비정상적인 방법이 사실 가장 편하기에 유혹받기 쉽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리나라는 너무 심하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통념이 바뀌지 않는한 이러한 구조는 정권이 바뀌어도 사람만 바뀐채 남아있는다. 통념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통념과 관행에서 나오는 기술적인 방법론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2권에서 더 써볼 예정이다.

한 번 옛날이야기를 해보겠다.

' 선배 ' 라는 말은 한문 ' 先輩 ' 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재 신채호에 의하면 ' 선배 ' 라는 말은 순수한 우리말이다. 선배란 고구려 시대 대·소규모 집단의 우두머리를 뜻하였다고 한다.

선배는 선밝의 뜻이었을 것이다. ' 선 ' 은 요새는 선머슴, 선무당할 때 쓰이며, 서툴거나 능숙치 못한 의미로만 쓰이나, 고구려 시대에는 처음, 최초, 앞서다, 오래다, 높다 등의 의미로 쓰였을 것이다. ' 배 ' 가 밝다는 뜻은 밝은 고개, 즉 박고개가 배오개로 발음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선배의 우두머리는 머리를 빡빡 깎고 다녔다한다. 대머리를 하고 다닌 것이다. 필자는 이 대머리가 커머리에서 나온 말이라 생각한다. 커머리, 큰머리란 어떤 집단에서 가장 높은 사람을 가리켰다. 선배인 셈이다. 이 커머리는 서민층의 인물들로써 매우 용맹하고, 지독스럽고, 악착같았을 것이다. 그래야 귀족들 앞에서도 로마시대의 호민관처럼 행세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우리 피부에 달라붙으면 지독스럽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피를 빨아먹는 ' 거머리 ' 도 커머리에서 나왔을 것 같다. 우리가 말하는 ' 거머리 같다 ' 는 말은 지독스럽고 악착스러운 사람을 가리킬 때 흔히 쓰인다. 이 거머리의 어원은 ' 커머리 ' 가 아닐까 한다. 그럴듯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대머리는 大머리이다. 큰머리. 커머리 같다. 커머리와 변별하는 차원에서 말되어졌을 수도 있다. 고구려 시대의 선배는 힘과 무예 등에서 - 학문은 모르겠음 - 가장 우수한 자, 특히 전쟁 중에 가장 용감한 자가 그 자격이 있었다 한다. 6.25 당시 부산앞바다에는 부산이 공산군에게 함락되는 경우에 대비 지도층이 타고 도망갈 배가 즐비하게 떠 있었다고한다. 이 지도층은 서울이 함락될때는 시민들에게 서울을 사수한다고 하여놓고 자기들만 도망친자 들이다. 이들은 수복후에는 수많은 시민을 적에게 부역했다고 하여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하였었다. 오늘날의 지도층은 어떠할까?

·기호와 믿음

기호의 중요한 기능은 상호 의사, 관념을 서로 소통할때 사용되어지는 것에 있을 것이다. 고립된 개인들, 단체들은 서로의 생각이나 마음 등을 기호를 매개로 하여 교환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호들이 그 사람의 생각을 충실히 반영하는데 있다. 말과 글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처럼 보고 감동할 수 있어도 그 뒤에서 그 별들의 반짝임을 볼 수 있게 어둠이 되어준 인간의 관념은 알 수가 없다. 그러기에 기호를 매개로 인간 상호간에 소통을 할 때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 믿음의 전제는 자기가 생각한 것을 논리야 어떻든간에 직설적으로 표현하는데 있다. 이 믿음이 오해나 곡해, 그릇된 통념과 관행, 의도적 속임수, 힘이나 돈의 논리, 외부의 압력 그 밖의 여러가지 이유 등에 의해 제대로 나올수 없다면 인간들끼리의 소통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에따라 사회에서의 기호들도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