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태극(太極)과 리기(理氣)론

※고대한국에서의 태극(太極)론

태극에 관한 글은 춘추전국시대에도 여러가지 학설들이 있었던 것 같다. 유학 계통의 책인 ' 주역 계사전 ' 과 도교계통의 책인 ' 장자 ' 에도 태극이란 단어가 나온다. 계사전은 공자가 지었다는 설과 후대에 지어졌다는 설이 있는데 계사전을 지을 당시 이미 태극에 대한 관념은 폭넓게 있었던 것 같다.

易有太極(역에(는) 태극이 있다)은 이런 말일 것이다.

' 필자(계사전을 쓴 사람)가 역에 태극이 있다고 썼는데 이책에는 지금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태극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

또는 이런 말도 될 것이다.

' 지금 세상에는 태극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바로 이 책 - 周易 - 속에 태극에 관한 올바른 내용이 있다. '

계사전을 쓸 당시 태극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을 것이고, 易이란 책 속에 그 태극에 관한 내용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 태극이 무엇인가? ' 가 우선 알아야 될 사항이 된다. 그러면 易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현재 태극이란 단어가 처음 나온 것은 계사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맞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여간 그 옛날부터 태극이라고 기호화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태극에 관한 관념이 있었기에 태극이란 기호가 생겨났을 것이다.

태극이란 말은 장자에도 나온다. 장자는 생존연대가 분명치 않지만 맹자와 비슷한 시기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 대저 도(道)는 정(情)있고 신(信)있으나 무위무형(無爲無形)이고, 전할 수는 있으나 쉽게 받을수는 없다. 얻을수는 있으나 진실로 그 본체를 볼수는 없다. 스스로 근본이고 스스로 뿌리이며 천지가 아직 있기전 오래전부터 틀림없이 존재하여왔다.

도(道)의 신(神)한 귀(鬼)와 神한 제(帝)는 하늘과 땅을 생하였고, ( ' 神한 ' 이라는 것은 신묘한이나 신비한이니 하는 신령스러움 등의 뜻을 모두 가리키고 있다. 鬼는 알기가 까마득하고 놀랍고 숭엄스러운 작용 등을 말하며, 帝는 전지전능한 힘이나 법칙 등을 말할 것이라 생각한다 ) 太極의 앞에 있어도 높다하지 아니하고, 육극의 아래에 있어도 깊다하지 아니하며, 천지에 앞서 생하였어도 오래되었다 아니하며 아주 오래전의 옛날보다도 더 오래 되었어도 늙지 아니한다. 」

- 장자 大宗師 -

이런 글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하기는 매우 힘들다.

이 글은 소위 道에 관한 글이다. 글 중에 太極이 쓰여있다. 道란 것은 천지를 생(生)한것이고, 그 오래됨은 헤아릴 수가 없이 오래되었고, 그러면서도 지금도 새롭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道란 것은 태극의 먼저에 있다 하였다. 장자가 말하는 태극은 무언가 매우 전지전능한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개념은 아직 확실하지 않을 것이다. ' 태극 ' 에 대해서는 또 하나의 가설도 생각하여 볼 수 있다. 태극은 마치 유학에서 요순시대를 말하고 성경에서 ' 에덴동산 ' 을 말하듯 ' 숭엄효과 ' 를 가진 말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단 ' 태극 ' 은 어떤 분명한 개념을 갖고있는 것이 아니라 후광적이고 신비스럽고 불변적이고 항상적인 의미를 가진채 언제까지나 불분명하고 확인할 수 없고 ' 만고불변의 진리를 가리키는 말이 될 것이다.

어쩌면 춘추전국시대 당시 중원지역에는 태극에 관한 관념이 아직 없었을 수도 있다. 공자가 노나라의 사고에 쌓여있던 여러 가지 옛 자료 중에서 주역을 보게되어 易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공자의 제자들에 의해 폭넓게 연구되어지며, 비로소 귀족층의 전유물이던 易의 사상이 일반에게까지 퍼져나갔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태극에 대한 관념이 생기고 또는 외부에서 수입되어지거나 혹은 태극 이전의 어떤 단어가 가진 뜻에 영향받아 새로운 관념이 생기고 기호가 다시 설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자가 보고 놀랬다는 옛 奄땅, 노나라의 사고에는 주나라의 기록뿐만 아니라 은나라, 단군조선 계열인 남국(藍國), 서국(徐國) 또 중국식의 표현대로라면 淮夷, 山戎, 夷狄 등의 국가들의 자료들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중국에서는 공자이후 폭 넓게 확산되기 시작한' 태극 ' 에 관한 개념은 한웅시대에도 있었다.

「 대일(大一) 그 극(極)은 이름하여 양기(良氣)다.

없음과 있음이 섞여서 빈듯하면서도 갖추어 묘함이 있다.

삼일(三一)은 그 몸은 일(一)이요, 그 용은 삼(三)이라.

혼묘가 한 둘레에 있으니 체와 용은 따로 갈라질수 없도다.

대허(大虛)에 빛 있음이여, 이것은 신(神)의 형상이고

대기(大氣)의 오래도록 존재함이여, 이는 신의 화(化)로써

참 목숨이 근원으로 만물이 여기서 나는도다.

해와달의 아들은 천신의 충(衷)에 있음으로써 비추이고

이로써 원각(圓覺)을 긋고 능히 크게 세상에 내려오니

뭇 중생이 그 무리를 이룬다.

圓(원)은 一이 되어 무극이고, 方은 二가 되어 반극이며, 角(각)은 三이 되어 태극이다. 무릇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함이란 천제 한웅에게 주어진 바니

일신(一神)은 내려와 충만하사 성(性)은 광명에 통하고

재세이화, 홍익인간 함은 이를 신시가 단군조선에 전하신 바이다. 」

- 소도경전 본훈 -

어느 시기인지 아사달에서 불리어졌던 노래라 한다.

태극, 性, 홍익인간 등의 단어들이 그 당시에도 같은 단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글은 신시시대때의 선인(仙人) 발귀리가 지었다 하는데 「신시가 단군조선에 전하신 바이다」라는 글을 보면 마지막 몇구절(재세이화 이하)은 후세에 덧붙여 진듯하다.

원은 우주를 방은 그 우주를 구분짓는 것을 각은 그 모든 물체들이 상호간의 작용을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원은 지금 우리가 보는 현상세계를 방은 그 현상을 분석하는 방법론을 각은 분석된 현상을 종합하여 실체를 알아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太極은 그 모든 현상의 실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면 이글에 쓰인 ' 태극 ' 이라는 말이 易有太極과도 쉽게 연관이 될 수 있다.

<단군세기>에서 말한다.

「 엄지손가락을 교차시키고 바른손을 올린뒤에 삼륙대례를 행한다. 엄지손가락을 교차시킴에서 바른 엄지는 ' 子 ' 를 나타내고 왼엄지는 ' 亥 ' 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른손을 더함은 태극의 형상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 스스로 이렇게 손을 맞잡고 포개어보자. 바로 태극의 모양이 나온다.

하나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소도경전본훈은 조선 중종때의 인물인 ' 이맥 ' 이란 인물이 쓴 책이다.

' 이맥 ' 이 찬수관이 되어 서적들을 관리하게 되며 옛 서적들 중에서 가려내어 쓴 책이다. 한단고기에 나오는 이맥의 태백일사 중 소도경전본훈에 쓰여있는 모든 한자(漢字)가 그가 보았던 책에는 어떻게 쓰여있었는지 알수는 없다. 이는 소도경전뿐만 아니라 다른 기록들도 마찬가지이다. 먼저의 원본들이 발견되지 않는한 또는 한단고기에서 말이 되어지는 유적들이 발견되지 않는한 한단고기의 내용들은 계속 위서시비를 받을 것이다.

이것은 모두 자신들의 옛 문화와 역사와 글자를 잃어버린 또는 말하려고 하지 않는 탓이다. 중국의 역사를 마치 한국의 역사로 알고있는 사람들도 이러한 역할에 큰 몫 할 것이다.

앞에 쓴 <단군세기>의 내용은 BC 4세기경의 구물단제때의 기록이다. 공자, 맹자, 장자가 활동하던 때와 비슷한 시기인 것이다. 최소한 태극은 춘추전국뿐 아니라 단군조선에서도 그 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 태극 ' 이란 단어가 쓰여졌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하여간 역과 태극은 뗄래야 뗄 수가 없다. 어쩌면 易보다 태극의 관념이 먼저 있었을 수도 있다. 易은 바로 태극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너희 땅이 스스로 큰 듯하나 한 둥그런 세계니라. 땅속 불이 울리어서 바다가 변하여 육지로 되었고 이에 보이는 모양을 이루었나니라. 일신께서 氣를 불어 싸시고 밑까지 해의 빛과 더움으로 쪼이시니 기고, 날고, 되고, 헤엄치고, 심는 물건들이 번식하게 되었다. 」

- 삼일신고 中 세계 -

뒤에다시 나오지만 원(圓)과 기(氣)에 대한 글이다.

춘추시대이래 이제까지 중국의 사상은 크게 보아 유교와 도교 그리고 불교의 사상으로 이루어졌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문화에 눌려 신라시대 이후로는 우리민족의 전통사상이 많이 사라져갔다. 그러나 고대 한족에게는 이와같은 사상을 합친 개념의 사상인 삼신의 사상이 있었다. (이는 이른바 최치원이 말한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에 있다던 현묘지도(玄妙之道)와 풍류도(風流道)를 말할 것이다.)

사람이 만물과 한가지로 삼진을 받나니 생각하면 사람들은 땅에서 헤매어 삼망(三妄)이 뿌리를 내렸고 眞과 妄이 서로 삼도(三途)을 지었다. 가로대 성품과 목숨과 정기라 사람은 온전하고 만물은 치우치니라. 참성품은 착함도 악함도 없으니 상철(上哲)이 통하고, 참목숨은 맑아도 흐림도 없으니 중철인(中哲人)이 알고, 참정기는 두터움도 엷음도 없어 하철인(下哲人)이 보전하니 참으로 돌이키면 일신이 될지니라. 」

- 삼일신고 中 인물 -

계속 말하지만 위의 글은 이미 소실되었거나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옛 기록에서 옮겨적은 글들이다. 발췌하여 옮겨 적으며 옮겨 적는 이가 이전의 단어를 그 시대에 맞는 뜻과 의미를 가진 단어로 사용했을 것이다. 아울러 옮겨 적는 시대의 사상이 스며들어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