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태극(太極)과 리기론

한나라 당시에 태극은 氣로 생각되어졌다. 한나라 때 형성된 「회남자」와 「여씨춘추」에서는 자연계의 모든 것이 氣를 바탕으로 하여 생겨난다고 한다.

「 (한나라때는) 모든 존재의 궁극적인 근원, 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보편적 존재, 우주 생성론에서의 최초의 근원자로써 氣를 설정하고 있다. 이 최초의 一氣로부터 천지가 생성되고, 천지에서 음양이 분화되며 음양은 다시 사시를 낳고, 사시는 만물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우주 만물이 모두 一氣로부터 파생되었으므로 만물은 모두 一氣로 환원될 수 있으며, 氣는 천지와 인간을 포함한 만물 공통의 기초가 된다. 」

- 논쟁으로 보는 중국철학 中 예문서원 -

계사전에 나오는 '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 를 氣로 해석한 글이다. 중국은 한나라때 이르러서야 음양과 易, 太極의 관념이 발전되어지기 시작한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관념은 앞서 발귀리가 지었다는 글에서 나타나듯 고대 한족(桓族에)게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르네상스가 그리스 문명에 영향받았고 르네상스 이후 서구 문명이 오늘날에 이르렀듯이 고대 桓족의 사상을 받아들인 고대 漢족이 현재처럼 태극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켰을 수도 있다.

한대의 氣일원론은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한시대 동중서의 天人合一과 후한때 왕충의 天人分二이다.

간단히 말하면 동중서의 天人合一은 하늘과 사람은 하나라는 말이다. 우주도 인간도 또한 만물도 하나의 같은 氣에서 출발하였고 지금도 그 속에 같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가 곧 태극이요 인간도 태극이므로 우주는 즉 하늘과 사람은 하나라는 것이다.

이에반해 왕충의 天人分二는 하늘과 인간은 그 근원을 같이하고 있고, 아직도 그 속에 같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저마다 각자의 성질을 갖게 되었고 그에따라 오랜 세월이 흐르며 저마다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게 되었다는 말이다. 동중서의 태극과 氣에 대한 생각이 운명론적이고 도교적이라면 왕충의 태극과 氣에 대한 관념은 객관적이고 좀더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간 우주 만물의 생성의 근원을 기(氣)로 보는 것에서는 둘의 의견은 일치한다.

이러한 기(氣)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음기와 양기이다.

<황제내경>에서는 생명을 유지시키고 인체를 활동하게 하는 동력원을 氣로 보고있고, 그 氣를 음기와 양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시대 이전에 유학에서도 氣에 관하여 언급은 하였지만 맹자가 말한 호연지기할때의 氣정도였다. 그것이 한대에 들어서면서는 내경처럼 氣를 음기와 양기로써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易의 내용도 氣의 이론에 의해 한층 발전되고, 氣의 내용도 방대한 易의 사상체계에 의해 크게 발전되게 되었다. 그에따라 만물은 하나의 氣에서 파생되었고 하나의 氣로 이루어졌다는 논리도 만물이 음기와 양기로써 이루어졌다는 말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천존지비에 따라 음기와 양기 중 양기를 중요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유학적인 견해이다. <내경>에서는 음기와 양기를 모두 중요시하고 있다. 이는 공자 이래 건을 곧 陽을 중요시하는 유학의 특징이 음기와 양기를 말할때도 그대로 결합되어진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 이후 1000년을 지나 태어난 주자는 다시한번 유학사상을 집대성하며 형이상학적으로도 심오한 철학적 체계를 발전시켰다. 철학적 체계에 대한 발전적인 시도는 태극에 대한 재해석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주렴계가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이라하여 불을 댕기기 시작했다. 주렴계가 말한 무극(無極)은 불교나 도가사상에서 말하는 허(虛), 공(空), 무(無) 등과 혼란을 일으켰던 것 같다. 주자는 육상산과의 논쟁을 거치며 태극에서 도가나 불교적인 면을 배제시키며 한층 태극에 관한 논리를 발전시켰다.

주자는 태극이 理라 주장하였다. 易有太極할 때 易은 ' 주역 ' 이라는 책의 내용을 말한다. 이것에 太極이 있다하였으니 자연 太極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자연스레 나올 것이다. 이러한 태극은 주역을 이해하여야 알수 있을 것이다. 이 태극은 불변의 법칙으로 볼수도 있고, 만물을 포함하는 거대한 운동체로 볼수도 음양이 변화하는 모습일수도 있을 것이다. 이 태극은 생각하기에 따라 불변적인 것으로도 가변적인 것으로도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헛갈림에서 理는 불변적인 것으로 氣는 가변적인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理는 불변적일수도 가변적일수도 있고, 氣도 또한 그러하다. 기호의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易, 太極, 氣에 이어 주자에 의해 理가 등장하였다. 태극을 理라 했을때의 理자는 옛날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다스릴 리, 도리 리, 이치 리, 깨달을 리, 나무결 리 등으로 쓰이고 있다.

「 理자에서 里의 음은 <離析 : 떨어지다>를 나타내는 것이고, 여기에 王변이 붙어 理가 되면 <王의 갈라진 틈, 결의 무늬>를 나타내는 문자가 된다. 」

- 야마라 가즈미 著 한자의 어원 -

이 글을 보면 돌이나 나무의 결의 모양에서 理라는 글자가 만들어진 것이라 추측된다. 앞서 내문(內文)과 이(理)자는 서로 의미가 통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內文과 理는 모두 그 대상체의 속성, 그리되게 된 까닭, 무늬, 그 형태가 이루어져있는 모습을 의미하고 있다.

장자 양생주에 보면 소를 잘 잡는 포정(포丁)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그는 칼의 날을 조금도 상하지 않고 소에서 뼈와 살을 발라내고, 뼈와 뼈의 마디를 분리해 낼 수 있었다. 그가 잡은 소에서 뼈와 살을 분리해 내는 것을 보면 춤을 추듯 음악을 타듯 움직이며, 신들린 듯 뼈와 살을 떠내었다. 어떻게 그렇게 재주가 좋으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의 기술은 재주에서 더나아가 道에 이르렀다하여 자신은 오직 천리(天理)에 따라 일을 할 뿐이라 대답하고 있다.

소의 생겨난 특성, 소가 그리 자라게 된 특성과 뼈와 살의 결을 알아 그에따라 일을 하기 때문에 칼의 날을 조금도 상함이 없이 소를 잡는다는 말이리라.

이때 말한 천리는 그 소가 가진 뼈와 살의 결을 의미할 것이다. 포정은 소에 있어서만은 그 理를 알고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의 理, 역사의 理, 인간의 理를 알게되면 어떠할까?

소에 소가 생겨난 理가 있듯 자연에는 자연대로, 역사는 역사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삼라만상의 만물은 만물대로의 理가 있을 것이다. 이 理가 주자가 말하는 理의 기본적인 개념이다. 주자 역시 공자와 마찬가지로 천명의 사상을 따랐고, 그리하여 사물이 理를 갖는 것은 천명이 된다. 그냥두면 자연의 법칙, 불변의 법칙, 가변속에서 불변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법칙으로 기울어졌을 理에 하늘의 의지를 접목시켜 발전적인 사상을 이끌어낸 것이다. 주자가 말하는 理란 곧 태극이란 천지, 자연, 우주, 인간 등 삼라만상의 ' 결 ' 을 말하는 것이다.

주자가 정의한 理에 관한 개념은 주자 홀로 발전시킨 것은 아니다. 주렴계의 제자인 정명도와 정이천 형제는 삼라만상이 모두 理를 갖고 있다 했다.

어떠한 체계와 사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오랜세월 여러 사람이 대를 이어가며 갈고 다듬어 크게 완성시키는 중국인들의 태도와 문화는 서로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그래서 결국에는 배타적이 되는 문화권의 사람들은 본받을 바가 많다.

정이천은 태극에 대해

「 태극은 깊숙하고 조용하여 아무런 징조가 없으나, 삼라만상이 이미 그 속에 다 갖추어져있다. 아직 응하여 나타나지 않은 것이 먼저가 아니며 이미 응한 것이 나중이 아니다.

백척이나 되는 큰 나무도 뿌리에서부터 가지끝 잎사귀까지 다 하나로 궤뚫어져 있다. 형태도 없고 징조도 없는 것을 사람이 억지로 끌어들여 안배하여 사물의 이치에 들어맞게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미 그것이 사물의 이치인 이상 다만 하나의 사물의 이치만이 있을 뿐이다. 」

- 근사록 자유문고 -

고 하였다.

정자의 太極과 理에 대한 생각은 거의 주자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정자가 태극을 理라고 규정하기전에는 태극은 아직 氣로써 해석되어지는 경향이 강했다.

주렴계는 태극에 대해

「 무극은 곧 태극이다. 태극이 움직여 양을 생하고, 움직임이 지극하여지면 고요해지고, 이 고요함이 음을 생한다. 고요함이 지극하여지면 다시 움직이게 되고,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고요해지는 것은 서로 그 뿌리가 되어 음과 양으로 나뉘어 양의가 이루어진다. 양이 변하고 음이 합하여져 水火木金土의 오행을 생하고, 다섯가지 기운이 순하게 베풀어지며 봄·여름·가을·겨울의 사시가 행하여 진다. 오행은 곧 하나의 음양이고, 음양은 곧 하나의 태극이며, 태극은 본래는 무극이다. 」

- 근사록 中 정영호 역 -

라 하였다.

주렴계는 陰陽一太極也라 하여 음양이 하나의 태극이라 말하고 있다. 주렴계는 주희보다 약 100년전의 인물로써 아직 이 당시에는 理와 氣의 개념설정이 분명하지 않았던듯하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장횡거는 氣에 의해 태허(太虛)를 말하였다.

「 기는 성대하고 그 상태가 크게 비어 오르고 내리며 날고 퍼지는 것이 일찌기 잠시도 머물거나 쉰적이 없다. 기는 텅비어 있으면서도 꽉차고, 움직이며 고요한 것이 기틀이며, 음과 양, 강과 유의 시초다.

떠서 올라가는 것은 양의 맑음이요, 가라앉아 내려가는 것은 음의 흐림이다. 그것이 서로 느끼어 만나고 모여들어 맺어져서 바람과 비가 되고, 서리와 눈이 된다. 만가지로 변하는 모양과 산천의 웅장하고 맺혀있는 기상과 거칠고 조잡하고 불살라지는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의 모두가 氣의 작용이 아닌 것이 없다. 氣가 어지러이 흩어져 섞여있다가 합하여 엉기어서 이루어지면 사람과 만물이 만가지로 다르게 생겨난다. 그 음과 양의 두기운이 서로 순환하여 그치지 않음으로써 천지의 대의를 세운다. 」

장횡거는 한나라시대의 태허의 개념을 태극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글은 마치 삼일신고의 허공편이 발전적으로 연역된듯한 내용이다. 주렴계와 장횡거는 정자와 주자가 태극(太極)을 理라 규정할 바탕을 마련하고 있었다. 주자때에 이르면 태극은 理, 음양은 氣라 정의된다. 이는 주자와 상대적인 견해를 가진 입장에서 논쟁을 벌였건 육구연도 그러하였다.


塞宇宙一理耳

- 우주에 가득찬 것은 오직 하나의 理뿐이다.

- 논쟁으로 보는 중국철학 中 -

주자는 理와 氣의 관계를 理 없이는 氣가 생할 수 없고, 氣 없이는 理가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관계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理와 氣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면서 논리적으로 해석할 때는 혼동할 수 없는 둘로 나누어 볼 수 밖에 없는 관계가 된다 하였다. 즉 理와 氣는 합쳐서 보기도 하고 나누어서 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애매 모호한 견해는 퇴계 이황에게로 이어졌다. 이는 마치 인간의 몸과 마음을 둘로만 볼 수도, 하나로만 볼 수도 없고 때에 따라 둘로 나누어서 생각하기도 하나로 모아 생각하기도 하여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할 수 있고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는 논리와도 같다.

음양론편에서 주자는 物마다 가장 완전한 형식과 표준이 있는데 이것이 極이고 그러한 개개의 物들이 모인 표준의 총화가 太極이라 하였다고 쓴 바있다.

주자는 역학계몽에서는

未形 而基理已具之稱 太極者, 象數

- 태극이란 상(象)과 수(數)가 아직 형체를 갖추지 않았을 뿐 그 理는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을 말한다.

- 예문서원 김상섭해설 -

이라 하였다. 理에 대해서는 구구히 말들이 많지만 ' 결 ' 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에서 기본적인 생각을 이끌어 내기 바란다. 그리고 氣 는 그 ' 결 ' 이 어떤 음양의 모습을 갖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것으로 이해가 이끌어내질 수 있다면, 일단 주자까지의 태극과 理, 氣에 대해서는 거의 해설이 되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