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에는
네가지가 있는데 거처, 당여, 교우, 사무가 있다. - 원 문 - 한틀(천기)이 구조적 측면을 말하고 있다면 인사는 한 인간이 처해있는 측면을 말하고 있다. 인사는 선천적 재능, 생존, 생활, 처세, 활동등과 관련된 인간의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났을 때 이미 강제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한틀이라면 그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인사인 것이다. 한비자는 이병(二炳)이라는 글로써 시작된다. 이병이란 왕이 신하들을 다루는데 필요한 법과 덕의 두가지 기술이다. 쉽게 말해 당근과 채찍이다. 당근과 채찍의 기술은 처세와 관련된 논리이지만 현상의 분석시에도 변형시켜 이용되어 질 수 있다. 즉 서로 상대적인 두가지의 시각으로 현상을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기호의 특성에서 말했듯이 인간의 관념속에서 개념이 설정되고 관념과 개념이 정해지고 그 개념에 의거 여러 가지 사고와 행동의 법칙들이 생겨난다. 만약 기호가 정해지지 않으면 이번엔 혼돈과 무질서가 계속될 것이다. 기호는 계속 기호를 필요로 하지만 여하튼 기호는 필요한 것이다. 그 정해진 기호가 일으키는 작용들은 그 기호의 한계내에서 계속 내부적으로 편집증적으로 진전되어 나갈것이고 또 그럴수록 무한으로 분열되어나가는 각 기호들은 한쪽으로 편벽되어 구별되어 나갈 것이다. 이럴 경우 당연히 어느 한편의 기호와 상반되는 개념을 가진 기호가 가지고 있는 개념 역시 상대적으로 뚜렷히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종합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 두고 변증법에서 말하는 正에 대한 反이라, 合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는 그 뿌리가 다르다. 어려운 이야기 같지만 단순하다. 정치를 예로들면 거기에는 항상 상대가 되는 사람이나, 세력이 있다 경제에도 수출, 수입 위주의 정책이 있는가 하면 내수와 자국산업 안정위주의 보호무역이 있고, 미시적 경제이론이 있는가 하면 거시경제이론이 있다. 그리고 종합된 이론이 있다. 혹 종합되어 이용된다. 현상의 분석에서도 이러하다 하겠다. 기호는 뚜렷히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특징은 자체적으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호가 일으키는 작용역시 그 한계를 가지게 된다. 그 한계는 차이를 가진 다른 개념에 의해 비판되고 극복될 수 있는데 이때 가장 효과적인것은 원래의 개념과 가장 상반되는 개념일 것이다. 원래의 기호와 가장 상대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는 기호에 의해 그 한계적 상황이 분석되고 비평되고 보완되어져야 효과적으로 극복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후 발전된 이론이 생겨날수도 있고 폐기처분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대가 없으면 스스로의 기호속에서 끝없이 자가분열해 나갈 것이다. 구조와 인간은 현상을 분석하는 두 가지 방법론이다. 음양론은 현상에의 효과적인 접근을 위해 서로 상대적인 두 가지 시각 또는 관점에서 출발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방법이 현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데 있어 그래도 가장 효과적이리라고 생각한다. 천기와 인사 역시 이제마가 의도했건 안했건 그러한 방법론일 것이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 보면 인사라는 단어가 몇 군데 나온다. - 나의 이말이 人事에 고이하되 만고에 이른바 없는 일을 - 훗일의 사도세자의 죽음 - 겪으시니 그 병환에 돌아 가셨더라면 (사도세자는 학질을 앓은 적이 있다.) 어인 아픔뿐이요. - 여기 쓰인 인사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유학적 용어인 인륜의 뜻과도 비슷한 감이 든다. - 나는 가마에 들 때 숨이 막혀 인사를 몰랐는데 윤상궁이 와서 주물러서 목숨이 겨우 붙었으니 오죽하리오 - 이제마 생존시에도 인사(人事)란 이와같은 의미 즉 자기 주위에서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의 의미로써 쓰이고 있었을 것이다. 1) 거처 거처(居處)란 한 인간이 생활하는 거점을 말 할 뿐아니라 생존과 생활을 위해 만들어야 하는 공간이다. 인간은 어느곳을 중심으로 밥을 먹고 생활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외에 거처란 생존을 위해 목줄을 대고 있는 " 그 무엇 " 이기도 하다. " 그 무엇 " 이란 이를테면 직장이나 일터 등을 말한다. 生과 存(존)와 在(재)의 가장 기본이 될 것이다. 거처는 아래와 같은 것을 말하기도 한다. 천리길은 한 걸음부터 가는 것이고, 대다수의 인간은 자기의 배가 부른후 종의 배를 생각한다. 누구든 일확천금을 벌어 혹은 특별한 능력이 있어 걱정없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을 것이다. 이때의 심리! 이것이 거처이다. 자로가 정사에 관해 묻자 공자는 먼저 名을 세우라 했다. 名이
세워진 후 뜻도, 말도, 예도, 법도 선다는 것이다. 거처식 논리이다. '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 논리도 거처식의 논리이다.
어떠한 일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행동에 나서기전 면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것도 거처이다. 거처란 자기 이외의 일들이야
어찌되건간에 자신의 일부터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2) 당여 당여(黨與)란 한편이 되는 모임을 말한다. 조직이기도 하다. 좁게는 마음이 맞는 친구간의 모임이기도 하고 뜻을 같이 하거나 이해 타산을 같이하는 사람끼리의 모임을 말하기도 한다. 크게는 단체나 거대한 회사, 정부 등의 조직을 말하기도 한다. '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 라는 속담이 있다. 당여는 함께 일을 하는 것이다. 어쨌건 혼자만의 힘으로 무엇인가 하려는 것은 큰 무리이다. 물론 독불장군처럼 독야청청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한 명의 친구와 가족조차 없을리는 없을 것이다. 3) 교우 교우(交遇)란 인간들과의 접촉을 말한다. 의·식·주 등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이건 설사 당여를 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교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A라는 사람이 있다하자, 그는 어제도 오늘도 그만의 태도로 사람들을 대해 왔을 것이다. 그는 처음보는 사람과 말을 하기 시작할 때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까? 그가 직장인이라면 직장내에서 아래와 위의 사람들과 어떻게든 관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가 영업사원이라면 그는 피곤하고 싫더라도 억지로라도 사람들과의 접촉을 하여야 할 것이다. 혼자 장거리를 여행하다 보면 심심하다. 이럴 때 옆사람과 대화라도
나누게 되면 무료함이 반감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아랫사람을 어떻게 다룰까? 그는 상사는 어떻게 대할까? 이런것도 교우라
할 수 있다. 사람을 접촉하고 상대하는 것, 이것이 교우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4) 사무 사무란 일을 하는 것이나 무엇인가 활동을 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것이든 단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잘하든 못하든 인간은 계속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운전기사는 기본적으로 차를 잘 몰아야 할 것이고, 기계적으로도 또 교통규칙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의사에게는 의사의 사무가 있고, 정치가에게는 그의 일이 있고, 연구소의 연구원에게는 또 그들의 일이 있다. 교통순경에게는 교통순경의 일이 있고, 군인에게는 군인의 일이 있고, 모든일에는 좋고 니쁨을 떠나 요령이 있다. 이것도 사무이다. 거처, 당여, 교우, 사무는 현실 속의 인간들 사이에서 모습을 한 인간이 겪어야 하는 모습을 이제마가 아니면 필자가 독단적으로 추측하여 네가지로 구분지어 놓은 것이다. 물론 네가지로 구분지은 이유는 그것이 사상의학의 이론적인 전개에도 합당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틀, 인사는 현상을 상대적이고 보완적인 두 측면에서 분석하여 놓은 것이다. 원둘레의 작은 원들은 나름대로의 여러 가지 기호와 개념들이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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