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로는 천시를 듣고, 눈으로는 세회를 보며, 코로는 인륜을 맡고, 입으로는 지방을맛본다. 」 - 원 문 -

독자는 윗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였는지 알고 싶다. 처음 위의 글을 읽었을 때는 어려운 글이 아닌 듯 했다. 그런데 좀 자세히 이해하려하니 이번에는 " 이게 무슨 말인가? " 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위에 쓰인 글들은? 몇 번 읽고 생각한 후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는 그 이해가 별반 틀리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너무 난잡하고 제멋대로의 추측들이 나오거나 두리뭉실하고 모호한 상태에서 있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언어를 직관언어(intuition-language)라 할 수 있을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동양 사람들은 이러한 언어의 사용과 이해에 큰 어려움이 없을 줄로 안다. 직관언어란 알아듣긴 하겠는데 논리적으로 설명하자니 꽤 말이 길어져야 하거나, 논리가 잘 세워지지 않는 언어이다. 불교나 도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언어이다. 단 몇 마디의 언어인데 책 몇권의 내용을 축약시켜 놓을 수도 있는 것이 이러한 언어일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스님의 책 제목중에 " 눈을 뜨면 내가 우주속에 있고 눈을 감으면 우주가 내안에 있다 " 라는 것이 있다. 아마 인간의 마음과 깨달음의 관계를 말할 것 같은데 제목만 보고도 책을 보지 않아도 될것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책으로 쓰자면 수만권의 책을 쓸수도 있거나 써야 할 것이다. 당연히 직관언어는 억측과 억단(臆斷)도 난무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부조리(absurdity)도 생겨나게 될 것이다. 필자의 글이 부조리한 것인가는 여러분이 이 책을 읽어가며 혹, 살아가며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묻는다. 귀로는 천시를 듣고, 눈으로는 세회를 본다는 말을 可하지만, 코로 어떻게 인륜을 맡고, 입으로 어떻게 지방을 맛본단 말인가?」

- 본문 중 -

나는 귀로 천시를 듣고, 눈으로 세회를 본다는 말도 정확한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왜 귀로 천시를 듣고 눈으로 세회를 본다 하였을까? 귀로 세회를 듣고 , 눈으로 천시를 본다 하여도 별상관이 없지 않는가?

여하간 이제마는

「 인륜사이에 있으면서 남의 외모를 살피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의 재주와 행동이 현명한지 아닌지 잠자코 살펴보기도 하니, 이것이 곧 냄새를 맡는 것이 아닌가, 또 지방에 살면서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 끼치는 이해문제를 고루 맛보고 있으니 이것이 곧 맛보는 것이 아닌가? 」

- 본문 중 -

하고 말했다.

이제 이해가 되어질 것이다.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다시 한 번 위의 글을 처음부터 읽어보면 다시 " 잘 모르겠음 " 에 도달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맹신하고 싶지만 " 그게 아닌것 " 이 나타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이해 문제를 맛 보다니 " 알것 같으면서도 그냥 읽고 넘어가기엔 찜찜한 구석이 남는 표현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처럼 생각해 보았다.


◈ 귀, 눈, 입, 코의 감각특성

「 구스타프 융은 오랜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의 면담을 통한 심리 분석의 결과 사람들에게 네가지 심리학적 기능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네가지의 기능적 구별을 내·외향성 성격에 따라 다시 8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네가지 심리학적 기능은 감각, 감정, 사고, 직관으로 분류되고 이는 다시 내·외향성 성격에 따라 내향성의 감각, 감정, 사고, 직관과 외향성의 감각, 감정, 사고, 직관의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하였다. 」

- 융 심리학 입문 C·S홀 -

그리고 감각이란 무엇인가를 느끼는 것을 감정은 그것이 기분 좋은것인가 안좋은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 사고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 직관은 그것이 어떻게 될지를 알려준다 하였다.

여기서 ' 감각 ' 이라는 단어에 주목해 보자. ' 감각 ' 이라는 것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작용기능을 말한다. ' 감각 ' 이 된다는 것은 시·청·후·미·촉각에 무언가 나타난 것이다. ' 감각 ' 한다는 것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등으로 무언가를 인식 또는 의식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책에서의 ' 감각 ' 한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인지 기분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등의 사고작용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 속에서 외계에 대해 인식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라 정의하겠다. 그 사람은 감각이 좋다느니 (좋은 sense가 있다.) 언어감각이 있다느니, 음악적, 문학적, 미술적 감각이 있다느니 할 때의 감각과는 다르다.

이런생각을 하여보자.

당신앞에 혹 주위에 지금 막 무엇인가 나타났고 당신은 그것을 ' 감각 ' 의 기능이 있는 눈이나. 귀, 코, 입, 피부, 손 등을 통해 인식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무엇인가 "는 책일 수도 , 사람일 수도, 어떤 사건일수도, TV일수도, 음식일수도, 냄새일수도, 음악일 수도 . . .당신주변의 모든 것일 수 있다. 이런것들을 감각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귀, 눈, 입, 코이고 아마 귀와 눈의 역할이 단연 클 것이다. 그러나 사상학적으로는 입과 코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없다. 누구든 보지않고, 듣지않고, 살 수는 있어도 먹지않고, 숨쉬지 않고 살수는 없다. 너무나 자연스러러워서 그 중요성이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귀, 눈, 입, 코의 감각기능 이외에도 촉각이나 피부 등에서 감각작용이 일어 날수도 있다. 우리는 피부로 뜨거움을 느끼고 아픔과 간지러움도 느끼고 산들거리는 시원한 바람은 분명 피부를 통하여 전달된다. 그러나 이런 감각기능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누군가 하고 싶으면 하라.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귀, 눈, 입, 코와 관련된 감각작용이다. 필자는 귀, 눈, 입, 코와 관련된 감각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구분지어 보았다.



귀는 직선이고, 눈은 확대된 평면, 코는 곡선, 휘돌아나가는 곡선, 입체, 입은 나열된 여러개의 평면으로 그려 놓았다. 감각기능과 작용을 생각할 땐 귀는 집중력과 직선을, 눈은 직감력 혹 집감력(執感力)과 확대된 평면을, 코는 유추와 한 번 휘어나가는 선을, 입은 분별과 여러 가지 모양의 평면들을 떠올리기 바란다.

위의 글의 이해를 위해 귀, 눈, 입, 코와 관련된 말들을 인용해 보겠다.

귀 : 귀가 보배다 = 들어서 아는 것이 많다. 귀가 가렵다. 귀가 번쩍뜨이다. (분 명 눈이 번쩍 뜨이다와는 다른 경우에 쓰인다. 어떤 경우일까?) , 귀가 솔깃 하다·절벽이다, 귀를 기울이다, 소귀에 경읽기, 귀를 의심하다. 귀가밝다: 듣 는 기능이 좋다든가 남의 말을 잘 이해할 때. 귀가 얇다. 귀가 어둡다. 귀에 거슬리다, 귀가 질기다, 들은 것이 많다, 귀동냥하다.

눈 : 눈이 가다, 눈이 높다, 눈도 깜짝 안한다, 눈이 뒤집히다, 눈을 돌리다, 눈에 띄다, 눈이 맞다, 눈밖에 나다, 눈을 부라리다, 눈을 붙이다, 눈을 맞추다, 눈 이 삐었다, 눈썰미가 있다, 눈을 속이다, 눈에 거슬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눈에익다·선하다, 눈을 흘기다, 눈치코치가 없다, 눈앞이 캄캄하다, 눈 대중하다, ○○는 눈에 가시다, 눈썹도 까딱하지 않다, 눈부신 문명을 이룩하 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기호가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런글들을 통해서만도 귀와 눈의 감각기능적인 차이가 어렴풋이나마 구별되어질수 있을 것이다. ( 귀나 눈이나 그외 코, 입도 다 감각되어 오는 것을 인식하는 기관이고 이해나 해석, 분석 등의 종합적인 사고행위는 머리속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

코·냄새 : 코가 댓자나 빠졌다, 코에서 단내가난다 : 무슨일에 너무 마음을 써 심신이 피로할때, 코나 납작해지다, 코가 높다, 코가 삐뚫어지게. . . , 코가 빠지다, 좀 이상한 냄새가 난다, : 육감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 때, 냄새를 잘 맡는다: 추리력이 좋다는 말, 냄새를 풍기다. 피우다

입, 맛 : 입만 살았다, 입을 막다,입을 맞추다(서로말을 맞추는 것), 입이 바르 다, 산입에 거미줄 치랴?, 풀칠하다, 입이 싸다, 입을 놀리다, 입이 근 질근질하다, 맛을 들이다 : 재미를 들이다, 새로운 맛이 있다 : 무언가 새로운 느낌을 줄 때, 맛이 없다 : 흥미또는 재미가 없을때도 쓰인다, 맛이 어떠냐(맛을 묻는것외에 사극 등을 보면 고문을 통해 괴롭힘을 주며 하는 말이다. ), 맛을 붙이다: 취미를 붙이다, 너 나한테 맛좀 볼 래?, 인생의 쓰라림을 맛보다, 겨울에는 눈이와야 겨울맛이난다 .

귀, 눈, 입, 코 이정도 속담만 가지고도 어느정도의 애생각(구체적인 판단을 내리기전 긴가민가 하는 생각)이 이루어 질 것이다. 몇번 읽어주기 바란다. 이제마도 이런 말들이 쓰이는 풍토에서 귀, 눈, 입, 코가 ∼ ∼하다고 했을 것이다. 코·냄새는 추리하고, 추론하고 비교하고 요모조모 따져 보는 것과 관련이 있고, 입·맛은 ' 구별되는 것 ' , ' 바로 그것 ' , ' 구별하는 것 '을 뜻하고 있는 것 같지 않는가? 코는 유추, 추리, 궁리하는 행위와 입은 분별하고 구별하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그리고 이러한 신체기관의 감각 특성이 뇌에서도 이루어진다고 생각되어지지는 않는가? 물론 귀, 눈, 입, 코와 관련되어 인용된 글들은 관용어구일 뿐이다. 사실 귀를 집중력과 눈을 직감과 코를 유추와 분별 즉 구별과 연결시켜 놓는 것은 무리한 감이 없지 않다. 이러한 행위들은 귀, 눈, 입, 코,와 별개로써 우리의 뇌에서 종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辦之 篤行之

- 중용 20장 -

- 널리 배우고 자세하게 물으며, 신중을 기해 생각하고, 명확하게 판별하며 독실하게 행동하라.

귀는 잘 배우고 눈은 성급히 판단을 내리지 말고 잘 물을 것이며, 코는 반드시 올바르게 생각하고 입은 잘 판별해야 한다라고 써보면 어떨까? 장부론에서 보면 폐(肺)는 귀와, 비는 눈과, 간은 코와신(腎)은 입과 관계되어 있다. 또한 이제마는 폐는 배우는 것을 좋아 하고 비(脾)는 묻는 것을 좋아하면 간(肝)은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신은 판별하는 것을 좋아 한다하여 폐, 비, 간, 신과 인용된 중용의 글을 관계시켜 놓았다. 필자의 글은 폐(肺),비(脾),간(肝),신(腎)을 그와 관련된다는 귀, 눈, 코, 입과 비교하여 본것이기도 하다. 아직 성급하게 귀는 집중력과 눈은 빠른 생각, 코는 추리·추론, 입은 판별과 관련이 있다고 정의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 어떤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귀를 통해서 이다. 그러나 이때 귀는 감각기관일 뿐이지 ' 사고 행위 ' 를 하는 기관은 아니다. 듣고 이해한 것들을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하며 비교, 검토, 요모조모 따져 보고는 어떻다고 판별해내는 것 역시 귀, 눈, 입, 코와는 관련이 없는 뇌의 기능이다. 귀, 눈, 입, 코와는 별개로 인간의 뇌가 이해하고 판단하고, 추리하고, 판별하는, 사고하는 행위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인간은 이러한 사고행위(이해, 추리, 판별, 판단 등)를 할 수 있을까? 아니 하고 있을까? 물론 뇌의 기능이 이해, 직감, 추리, 판별이라는 기호로 정의된 사고 행위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 청, 후, 미각의 감각적 특성을 사고작용에 연관시켜보는 것 정도는 한 번 생각해 보지 못할 것은 없을 것이다.

이책에서 ' 감각된다.' 로 씌어지는 표현은 귀, 눈, 입, 코, 손, 피부 등을 통해 인식행위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그 기능이 좋고 나쁜가는 관계가 없다고 하였다.

청각이란 귀를 통해 감각되는 것 ( 감각하는 것 )

시각이란 눈을 통해 감각되는 것 ( 감각하는 것 )

후각이란 코를 통해 감각되는 것 ( 감각하는 것 )

미각이란 입을 통해 감각되는 것 ( 감각하는 것 ) 이다.

일반적으로 청각이란 듣는 감각, 시각이란 보는 감각, 후각이란 냄새를 맡는 감각, 미각이란 맛보는 감각이다. 이책에서 말하는 청각적 인식이란 귀의 특징인 직선과 인식행위가 조합된 개념이고, 시각적 인식이란 확대된 평면과 인식행위가 조합된 개념이다. 후각적 인식이란 회선, 또는 입체와 인식행위가 합친것이고 미각적 인식이란 여러개의 작은 평면들과 인식행위가 합친 것이다.

우리의 인식행위는 사고작용이기도 하다. 인식행위 속에서는 청, 시, 후, 미각의 특징적인 작용들이 어우러져 일어나기도 하지만 섣불리 사고작용이 직접적으로 이러한 귀, 눈, 입, 코의 기능적 특성에 의해 일어난다고는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