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행

지행이란 주책, 경륜, 행검, 도량을 말하며 각 단어가 가리키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선 단어대로의 뜻을 풀어보자 주책이란 이해관계를 헤아려 생각해낸 꾀이고, 경륜은 일을 잘 경영하는 기획이며, 행검은 품행이 바르고 절도가 있음을 말하며, 도량은 재거나 되거나하여 사물의 양을 따지거나 너그러운 마음과 깊은 생각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는 이제마가 책을 쓸 당시도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글을 읽고있는 독자 그대로의 상태에서 시작해보자. 외부현상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인식되든, 인간의 사고행위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든, 인간의 경험과 지식이 어렸을 때부터 이제까지 어떻게 되어왔건 일단은 상관하지 말자. 열살이건 스물살이건 서른살이건 아니 그이상이건 그 상태대로를 생각하자. 모든 사람은 각기 그나이에 따라 나름대로의 경험에 따라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의해 나름대로 사고하고 판단할 것이다. 바로 그런 것이 지행(知行)이다.

① 행검

인간은 늘 무엇인가를 지향하고 있다. 그것은 우상일수도 이상일 수도 경제적인 부일수도 권력일수도 행복한 삶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인간은 시간의 내리막길위에 있다.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인간은 원숭이처럼 무엇인가를 흉내내며 살고 있다. 아마 원숭이보다 뇌의 기능이 발달되어있는 것은 확실할 것이다.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은 그에 따라 원숭이보다는 좀더 교묘하게 흉내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지향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흉내내는 것이라면, 너무 지나칠까? 물론 그 흉내는 흉내의 대상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최초에는 무엇인가를 흉내냈고 지금도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할 것이다.

인간은 그 무엇인가를 지향하면서 자신도 알게 모르게 그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모방하고 흉내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행위뿐아니라 생각까지 모방하고 되도록 일치시키려고도 할 것이다. 무엇인가를 지향하며 그 지향점에 자신을 맞추는 것, 이것이 행검이라고 생각한다. 하얀 벽위에 붙어 있는 까만 한 마리의 파리를 보고 있다하자. 당신이 파리에 초점을 맞출수록 다른 것은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다. 무엇이든 극 까지 가지 않는한 그것에 미쳐버리지 않는한, 그 알고자 하는 바에 대해 제대로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알튀세르의 말마따나 극단에 서서 극한적으로 생각하지 않는한 무엇인가를 제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행(知行)에 있어 행검(行檢)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그 무엇에 깊이 빠져 그것에 자신을 일치시키고 있을 때일 듯 하다.

② 도량

인간은 자신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현상을 인식하고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 등을 총동원하며 현상에 대해 반응할 것이다. 여기서 현상 속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검토하고 평가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등의 사고행위가 도량이라고 생각한다. 여기다 조금 덧붙여 재거나 된 것을 자의적으로 이리저리 이용하는 것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 지행(知行)에 있어 도량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면 사태의 분석과 상황판단이 정확할 것임은 두말할 것 없다.

③ 주책

주책이란 원문해석 그대로 이해관계를 생각해 헤아려낸 꾀라 하였는데 이외에 계책이나 계략, 수단등도 해당된다. 기존의 지식으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비교하고 검토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결론을 내리는 것도 해당될 것이다.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 여러 가지 방법론을 이끌어내는 행위이다. 탈무드나 중국고전는 인간사의 복잡한 일들에 대한 각종 타개책, 음모, 모략, 지혜, 꾀등이 나와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주책이라 말되어질 수 있다.

④ 경륜

당신이 무엇인가를 하려하면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실행을 할 것이다. 단순하건 치밀하건 성급했건, 즉흥적인 기분이었건, 당신은 어떠한 자신만의 방법론에 의해 그 무엇인가를 할 것이다. 가령 기업의 인사이동과 관련된 일이라면 A는 어디에 기용하고, B는 어디에 배치하고를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것이 경륜이며 경륜이 풍부하다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경험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경륜이 좋다는 것은 이런 능력이 좋다는 것이다. 경륜이 있다는 것은 이런 행위를 잘하는 머리가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요약하여 보겠다. 자신의 경험, 지식을 활용하는 것을 지행이라 한다. 지행은 주책, 경륜, 행검, 도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행, 주책, 경륜, 행검, 도량은 각기 그에 적합한 현대용어를 찾지 못했고 있다면 또 그 기호를 설명하기 위해 말이 길어지기도 하기에 원문의 글자를 그대로 인용하였다.

행검이란 알고 있는 바를 그대로 실행하는 것, 도량이란 기존의 지식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임의로 평가 해석하는 것, 주책이란 여러 가지 상황들을 비교, 검토, 적절한 방법론, 또는 결론을 내리는 것, 경륜이란 자신의 경험과 지식 등에 의해 하고자 하는 바 또는 하여야 하는 것을 이런 저런 형식과 순서에 의해 실행하는 것이라 하겠다.

주책, 경륜, 행검, 도량은 인간의 경험과 지식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할 수 있다. 그것을 네가지로 분류하여 놓은 것이다. 인간의 두뇌가 현상속에서 현실속에서 현상과 접하며 1단계로 감각되는 현상을 분석, 해석, 평가, 판단 등을 하는 것이 도량이다. 2단계로 새로 도량된 것을 기존의 경험과 지식 등을 활용 이리저리 사고행위를하여 " 어찌 하여야 겠다. "는 대략적인 방법론을 찾아내는 것이 주책이다. 3단계로 주책된 것에 근거 , 계획이나 구상 등을 짜내어 활용하는 것이 경륜이다. 그리고 4단계 자신의 행위를 1, 2, 3단계를 통해 내린 종합적인 결론에 일치시키는 것이 행검이라 하겠다. 물론, 1, 2, 3, 4 단계는 있을 수 없다. 설명을 위해 이렇게 해 보았을 뿐이다. 주책, 경륜, 행검, 도량은 인간이 그 아는바를 행위하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네가지를 지행이라하며 함께 이루어 진다.

이상은 주책, 경륜, 행검, 도량에 대한 필자의 독단적인 견해임을 밝혀둔다. 필자는 다만 물꼬를 튼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보다 나은 해석을 하였다면 마땅히 그의 견해를 따라야 할 것이다.

「주책은 교(驕)하지 않아야 하고, 경륜은 긍(矜)하지 말아야 하며, 행검은 벌(伐)하지 말아야 하고, 도량은 과(부풀릴 과 과시할 과)하지 말아야 한다.」

- 원 문 -

물론 이렇게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무심코, 넘어가기엔 너무 큰 내용을 가지고 있다. 여기쓴 교, 긍, 벌, 과는 각 상인의 성격적 약점과 관계되며 크게 나아가서는 어떤 나라의 문화의 특징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가령, 태음형의 문화는 교(驕)의 특징이 나타나고, 소양형의 문화는 과(과장함,과시함)의 특징이 나타난다. 교, 긍, 벌, 과는 모두 그속에 잘난체 하는 잘나보이고 싶은, 자신을 인지 시키려하는 인간의 속성을 담고 있다. 잘난체 하고픈 인간의 속성을 굳이 교, 긍, 벌, 과로 분류해 또 굳이 주책, 경륜, 행검, 도량에 연결시킨것도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되는 내용이다. 이책에 이어 쓸 예정인 문화편에서는 이 부분의 글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하려 하고 있다. 교, 긍, 벌, 과는 비슷비슷한 뜻 같지만 각기 그 구별되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驕는 꾀가 지나쳐 안하무인 격의 행동을 하거나 자신을 최고라고 생각, 남의 생각이나 재주를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할 경우에 쓰는 단어일 것이다. 矜 과 伐은 다 자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점이 있다. 矜이 내적인 것이라면 伐은 외적인 것이다. 矜이 스스로 속으로 자랑스러움을 느끼거나 가지는 것이라면 伐은 남앞에 떠벌리며 내세우는 것이다. "과"는 크게하거나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교긍벌과의 마음

인간의 마음에 대해 말을 할 때는 장님 문고리 잡기 식으로 제멋대로 말이 되어질수 있고, 또 그 말이 통계나 확률 등의 자료를 빌어 그럴듯하면 타당하다고 생각되기도 할 것이다. 이는 필자역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 인간은 비상하는 것을 꿈꾸고 있고 , 추락하는 것을 불안해 하고 있을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희망을 꿈꾸고 있고, 낙관적인 생활도 계속되면 곧 권태를 느끼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동물인 것이다. 이런 것은 보편은 아니지만 대체는 될 것이다. 그래 이번에는 필자가 모든 인간에게는 남에게 잘보이려 하고 있다는 속성이 있다고 해도 별로 틀린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인정을 받는 것, 인기를 받는 것, 사랑을 받는 것, 호감을 사는 것, 이러한 종류의 감정은 선천적이기도하고 인간들속에서 고립된 한편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어린아이를 거친 사람이면 거의 누구에게나 공통될 것이다. 처음 부모 또는 보호자에게 받고 싶어했던 이러한 감정은 어른이라고 해서 별로 다를것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남을 잘 보아줘야 할 나이나 위치에 갈수록 더욱더 위와 같은 마음의 상태가 강해질수도 있을 것이다.

왜?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좋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고 우선은 자기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고립되고 소외된 한편에서 끝없이 밖을 갈구하면서도 안으로 폐쇄되어 들어가는 것이 소위 포스트 모던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은 아닐까 한다. 남에게 잘보이고 싶은 마음과, 잘난체 하는 마음에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모른다. 남에게 잘보이려는 것은 다른사람보다 자신만은 좀더 좋은, 나은 대접을 받기위한 행위일 것이며 이것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인생을 살아가며 저절로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중에 교, 긍, 벌, 과의 행위가 나올 것이다.

교, 긍, 벌, 과의 심리현상역시 어떤 인간에게나 공통적으로 골고루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고 어느 한가지가 많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대로 생각하며, 자존심, 자부심, 자긍심이 있고, 떠벌이고 자랑하고 싶고, 은근히 과시하고 뽐내고 으스대고 싶은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인간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거나 자신을 인지시키기 위한 심리가 단지 교, 긍, 벌, 과 밖에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네가지로 끝까지 일관된다. 다른 방법론을 갖고 인간의 심리를 분석코자 하는 사람은 그 방법을 택하면 될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 서로에게 보완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이쯤에서 한 번더 말하고 지나가겠다. 가장 분명한 인식을 위한 글은 이제마의 글이다. 원문 → 해설 → 다시한번 더 원문 (매우 짧으니 어려울 것도 없다. )을 읽어라. 그 원문은 이 책에 있는 것만 보아도 된다.